`과학이 수백 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2009년 미국 금융시장의 뉴스·데이터·분석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는 미국이 향후 10년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1700만 개의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성장엔진을 돌리기 위한 연료가 고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그 연료가 기초연구이고, 역사적 성공사례인 아폴로계획 등에서 배울 것을 주문했다.

아폴로계획은 미국이 10년 내 달을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1961년부터 1973년까지 12년간 254억 달러를 투입한 초대형 기초연구 프로젝트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1500억 달러가 넘는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전자레인지, 공기청정기, 정수기, GPS 등과 같은 기술·제품으로 이어져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초과학 기반 산업인 바이오분야의 아폴로계획으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30억 염기쌍을 해독한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들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프로젝트로, 미국에서만 1990년부터 13년 동안 38억 달러의 정부예산이 투자됐다. 아폴로계획 이후 최대 사업으로 아랍에미리트에 소재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구조물인 브루즈 할리파를 짓는 비용에 맞먹는 금액이다. 이 사업을 바탕으로 2012년을 기준 43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지는 등 미국 경제에 1조여 달러를 기여했고, 투자수익률(ROI)이 178에 달할 만큼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성공사례를 경험한 미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정밀의료(All of Us) 국가 이니셔티브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래 맞춤의료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원자 100만 명의 유전자, 인종, 성별, 진료기록, 직업, 생활습관 등의 정보를 빅데이터화한다는 목표다. 미국 외에도 영국, EU, 일본, 프랑스, 중국, 호주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에스토니아, 터키, 두바이 등도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게놈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10만 게놈 프로젝트는 한 나라의 바이오 기술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에 향후 10년 동안 100만 명의 유전체 정보, 의료정보, 건강상태 정보를 수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빅데이터의 공유와 활용을 사실상 막고 있고, 안전이나 윤리와 같은 사회적 논의도 더 많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각종 정부 유전체 사업을 통해 생산된 데이터가 개인 자산으로 인식돼 빅데이터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는 생명연구자원법 제11조에 근거, 범정부 차원에서 유전체 정보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유전체 하드웨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3,100 CPU core, 10PB), 2003년부터 지금까지 126만 7000건, 343 TB의 유전체 정보를 등록받아 산·학·연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유전체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그 역할과 기능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연설에서 달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유래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문샷`(moonshot)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가 미래 바이오경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개선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21세기 바이오산업의 석유라고 비유되는 유전체 빅데이터 산업을 지금의 백배, 천배 큰 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 달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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