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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잔소리

2019-07-26기사 편집 2019-07-25 17: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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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선희 단양 매포중 교사
특수교사인 나는 학교에 출근하면 통합학급을 돌아보며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얘들아. 일기장 냈어?"

"성진아, 아침부터 자면 안 돼. 1교시 수업 준비하자"

"희정아, 말에서 씨는 빼고, 복도에서 100m 달리기 하지 말고. 알겠지?"

(이 친구는 말끝마다 욕이다. "아이*" 등 그래서 그 말을 할 때 마다 말해준다. 말에서 씨는 빼라고^^)

"승용아, 어른들께는 인사도 바르게 하고 반말도 하지 말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거야."

모든 학생들은 그 나름의 개성이 강하다.

그런데 특수학급 친구들은 그 개성이 정말 강하고 다양하다. 각자 가진 개성이 때때로는 도전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아주 특이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함은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특수학급 친구들은 대부분 특수학급에 소속된 스스로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우리 반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내 맘은 매우 아리다. 그렇다고 그저 안타깝게만 여길 수는 없는 일인지라 대부분의 특수교사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고쳐주고, 이끌어주려 노력하게 된다.

나는 이런 성향이 더욱 강해서 잔소리가 어마무지하다. 오죽하면 우리 반 친구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 "쌤 잔소리 5분 추가다"일까!

아침에 그렇게 신신당부와 잔소리를 했건만 특수학습 수업에 오기 위해 교실로 오는 승용이는 교장선생님을 뵙고도 인사를 안 하고 그냥 휙 지나쳐 온다. (아오 저 녀석을 그냥!!)

그러는 찰나 우리 학교 최고 미모를 자랑하는 음악 쌤이 지나가시자 쪼르르 달려가서까지 인사를 꾸벅 하고 온다.(교장선생님, 음악 쌤께 미모에서 밀리셨습니다.)

특수학급 수업 시간에 내려온 희정이가 "선생님, 오늘 성진이 1~3교시까지 잤구요. 과학시간에는 너무 자서 과학 샘께 혼났어요"라고 이른다.

"아이고, 성진아. 어제 또 늦게 잤어? 수업 시간에 자는 거 안 좋아. 나중에 직장생활 할 때도 근무시간에 이렇게 잘거야?"라는 내 물음에 "아니요" 성진이는 풀이 죽은 답을 돌려준다. "쌤, 희정이 사랑반 올 때 복도에서 뛰었어요." 억울한 성진이의 고자질이 이어진다. "희정아, 그러다 다친다고 했잖아. 나중에 직장생활 할 때도 이렇게 막 뛰어다니면 크게 다친다." 마지못한 내 타박이 돌아간다.

나는 우리반 학생들이 정말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똑똑해서 좋은 직업을 가지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로운 일을 하는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특수학급 친구들이 이런 열매를 맺기에는 시작점이 다르다. 나는 우리 반 친구들이 시작점 다름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다른 사람들에게 귀하게 여김을 받는 멋진 어른으로 자랐으면 한다.

그래서일까?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내 잔소리의 대부분은 공부와 관련이 없다. 기본생활습관, 언어생활, 대인관계기술, 예의, 정직 등 사람 됨됨이와 관계된 잔소리다.

그런데 우리 반 친구들은 이런 나의 잔소리가 참 듣기 싫은가보다. "아! 집에서 우리 엄마가 하는 얘기를 학교에서도 들어야 돼. 정말 싫어!"라고 자기들끼리 하소연과 내 뒷담을 한다. (들어도 못들은 척 해야 하는 나는 참 난감하다.)

그래도 나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내 잔소리를 멈출 생각이 없다. 나에게는 내게 맡겨진 귀한 우리 반 친구들을 멋진 어른으로 키워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는 의무인 동시에 나만 할 수 있는 멋진 권리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랬듯 나는 내일 아침 8시 25분 따각따각 실내화 소리를 내며 통합학급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또 하겠지. 나의 트레이드마크인 잔소리를!

"얘들아, 멋진 어른이 되려면 말이야!"

이선희 단양 매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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