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동서독의 경우 분단시기 상호 방문에 있어 제약이 많지는 않았다. 동독 내 서베를린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독 주민의 왕래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갖추었다. 1970년대 초반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을 전후하여 교통조약이 체결되고 우편 통신 관련 조약들도 체결되었다. 서독의 동방정책은 당장의 통일이 어렵기 때문에 분단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해소에 목표를 두었다.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독을 대화와 협력의 파트너로서 인정했다. 동독은 정상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주민간의 왕래와 접촉을 허용하였다. 서독인들의 동독 왕래에 따른 통행료를 받을 수 있었고 동독을 찾는 서독인들에게 강제적인 환전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경제적 이득도 챙길 수 있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서독인들은 안전하게 동독을 여행할 수 있었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국가가 나뉘어져도 이념이나 제도가 달라도 자유롭게 왕래하고자 하는 의지는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공산권 해체시기 독일인들의 외침은 국가의 통일이 아니라 여행의 자유였다. 인위적인 장벽에 의해 개인의 이동과 만남이 제약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분단의 장벽 속에 갇혀 있는 남북 주민간의 이동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남북은 동서독 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못하다. 정전 체제가 존재하는 데에다가 군사적 대치는 여전하다. 아직 한반도에는 남북갈등, 남남갈등, 북북갈등 등 중층적 이념대결 구조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간에는 왕래와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남북간 교류협력이 장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그러한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워졌다. 지금 북한과 새로운 협력을 도모하려 해도 대북제재로 인해 쉬운 상황이 아니다. 남북경제협력에 있어서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로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북제재로 인해 벌크 캐시의 이전이 허용되지 않고 있고 대북투자와 전략물자의 이전 금지에 따라 공단은 재개조차 하지 못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완료 전까지 이러한 대북제재의 예외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늦추면서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한국 정부를 오히려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해 남북관계에 비해 올해 남북관계는 매우 소극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북중관계이다. 최근 북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북중 경제협력의 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고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이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후 두 나라간 정부간, 민간간 교류도 확대일로에 있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남북관계도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북중관계는 보다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교류협력의 대안적 기제를 중국에서 찾는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답답한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동서독의 사례처럼 어렵더라도 남북교류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이산가족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산가족들의 북한 방문과 왕래, 자유 관광을 허용해야 한다. 당국간 이것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여행사와 민간이 자율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성공단 재개는 무조건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초기 이행조치로서 검토되어야 한다. 즉 포괄적으로 대북제재를 해결하기 어려운 미국은 개성공단을 제재의 예외로 하여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는 협상칩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방안을 미국에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을 개혁 개방의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우리와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대부분 시장을 선점하면 남북한 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도, 북한도 100년을 앞서서 남북관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또 다른 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 막히면 지자체간 교류의 확대를 시도해야 한다. 이벤트 행사보다는 자치단체간 교류의 큰 플랜을 만들고 계속 북한을 교류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통일부와 시도지사협의회가 이러한 취지를 담은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한다.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에서 지방의 이해와 지자체의 역할이 이래저래 중요한 시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