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집에는 여러 생명체들이 서로 공존하고 있다. 15층 아파트 베란다에 심겨진 몇 그루의 나무와 구피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요즘 영화 중 가장 핫한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일 것이다. 이 작품은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을 만장일치로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살인의 추억, 옥자, 괴물 등 많은 흥행작들이 있다.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보면 기이하면서도 평범한 것 같기도 하고 평범하면서도 기이한 면이 많은 감독이다. 필자도 배우로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기생충`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잘 살지 못하는 백수 가족이 자신들과 대조되는 부유한 박사장 집으로 장남 기우가 고액과외 선생으로 일자리를 얻게 되면서부터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족이야기 중심으로 시작되며 가족 개개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제목을 왜 `기생충`이라고 했을까? 제목만 보면 혐오스럽다. 하지만 여기서 기생충은 표면적인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로 보면 좋을 것이다. 기생충은 숙주의 도움 없이는 살지 못한다. 우리의 몸에도 많은 기생충이 서식하며 자라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우리의 몸의 기생충은 몸의 면역체계를 훈련시켜 과잉활성화 되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몸의 비만을 막기도 한다고 한다. 기생충이라고 해서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우리 몸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생충이 몸에 과잉되면 말 그대로 기생충에 의해 우리 몸은 건강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기생충을 무조건 적으로 박멸해서도 안 되는 것은 함께 공존체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들은 어떻게 보면 기생충이 될 수도 있다. 필자의 집 구피는 상인에 의해 원치 않는 장소로 팔려와 어항이라는 조그만 세계에 갇혀 살면서 필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나약한 생명체이다. 하지만 구피는 나름대로 필자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다 자란 구피는 색상이 아름답다. 특히 수컷의 꼬리지느러미는 화려하면서도 선명하여 암컷의 유혹거리가 된다. 그것을 바라보는 필자 또한 구피의 현란한 춤사위에 매혹되어 눈을 떼지 못한다.

구피와 필자는 분명 다른 존재이다. 구피의 입장에서 볼 때 필자는 구피를 능가하는 힘을 가진 권력가이다. 하지만 필자는 힘을 과시하고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피를 사랑하고 돌본다. 때가 되면 먹이를 줘서 배고픔을 해결해 주고 물이 더러우면 깨끗한 물로 갈아주어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 덕에 구피는 통통하게 살찌고 더 커져서 자기 몸의 색상을 더욱 더 화려하게 변신시켜 필자의 눈을 호강하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인 새끼를 낳고 더 많은 번식을 통해 어항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것은 공생이라는 큰 틀에서 서로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사람과 사람사이, 사회와 사회 사이, 국가와 국가사이에서 오는 다름의 괴리감을 줄이고 서로에게 필요한 가치를 생산해 낸다면 힘에 의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닌 공생의 길로 공존하게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 `기생충`을 통해 필자와 같은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 집에 있는 나약한 구피는 지금도 필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기식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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