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당권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이에 반기를 든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의 비당권파간 충돌에 혁신위까지 가세하면서 바른미래당은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모양새다.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 하태경·권은희·이준석 등 바른정당계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손학규 대표는 독단적인 당 운영으로 권위와 리더십이 복 불능의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과 당원들께 보여드려서는 안 되겠다"고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마련한 `지도부 검증안`을 최고위원회의 상정하지 않으면 당무를 거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역시 비당권파인 안철수계 의원들도 손 대표와 임재훈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혁신위 결정을 외면한 채 최고위에 안건 상정을 회피하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혁신위원들도 당 지도부가 혁신위 안건을 최고위원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등 당규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이날 손 대표와 임재훈 사무총장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앞서 구혁모·김지나·이기인·장지훈 등 혁신위원 4명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손 대표는 혁신위의 결정 사항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함에도 이를 거부했다"며 "오늘 중으로 손 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고위원회는 혁신위의 결정사항을 존중해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한 뒤 "당 대표가 특별한 사유 없이 안건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직무유기이자 당규 위반"이라며 "정당 운영의 중립성을 위반한 임재훈 사무총장도 같은 내용으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당권파는 혁신위의 `지도부 검증안`은 비당권파가 손 대표를 당에서 몰아내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최고위 상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당권파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중진 의원들이 젊은 혁신위원들을 회유하거나 압박해 혁신안을 만들게 했다고 주장하는 등 날카롭게 반응한 바 있고 결국 고성과 몸싸움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당권파는 혁신위 독립성을 규정한 당규 위반 사실이 입증되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병원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를 윤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발생한 몸싸움 사태 당시 손 대표에게 욕설을 한 현명철 당 전략홍보위원장을 해임했다. 현 위원장은 비당권파 인사로 꼽힌다. 서울=김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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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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