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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일상의 공간 : 학교

2019-07-24기사 편집 2019-07-24 09: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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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축은 교도소다" 유명한 예능에도 출연한 건축과 교수가 그의 책에서 과감하게 던진 주장이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획일적인 교실과 운동장, 그리고 담장에 둘러싸인 전체주의적 공간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성한다는 설명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건축 설계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리고 교육시설을 설계하는 건축가로서 공감되고 뼈아픈 면이 있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공간적 환경이 바로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측면이 있고 학교를 저층으로 만들면 선진국과 같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대안은 국내법에서 정한 규모와 예산이 있어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교육시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상황을 아는 이라면 현재의 학교 건축 과정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교육시설 관련 법규가 규정하고 있는 교지 면적과 시설 규모, 그리고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예산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조적인 표현에서 현재의 학교 건축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은 학생, 학부모, 교사, 공무원과 건축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 감옥 혹은 군대 같다는 교수의 말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시설이 아닌 성장기의 인간이 12년, 대학을 포함하면 그 이상 머무르는 곳이며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중요한 일상의 공간이다. 또한 건축을 설계한다는 것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그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학교를 계획한다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과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사이의 교류,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탄력적이고 가변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미래의 학교 공간을 상상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아주 가까운데 해답이 있을 수 있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중에서 편안하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여유를 즐기고 혼자 또는 여럿이서 영감을 받거나 적절한 자극으로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카페, 서점,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과 같은 '제3의 공간'이다. '제3의 공간'은 사회학자인 레이 울덴버그(Ray Oldenburg)의 책 'The Great Good Place'(1980)에서 등장한 말로 제1의 휴식 공간인 집과 제2의 작업 공간인 회사가 아닌,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집처럼 편안한 비공식적 공공장소를 말한다. 이러한 장소는 공간과 사람, 프로그램이 함께 조화될 때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각광받는 제3의 공간들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공간적 경험 속에서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얻는 곳이 많다. 또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이용자들과의 열린 커뮤니케이션으로 지속적인 운영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이 있다. 미래의 학교는 아이들은 다가올 미래에 적응하기 위해 상상력과 협력, 휴식과 놀이 등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능한 또 다른 '제3의 공간'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조력자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두에서 얘기했듯 학교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많은 이해당사자의 동의를 단박에 이끌어내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학교의 작은 곳이라도 굳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함께 놀고 서로 자극받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의 공간을 긴 호흡으로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될 때 비로소 학교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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