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 A씨는 최근 상사로부터 `당신 같은 사람은 우리회사에 필요없다`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 이 상사는 또 A씨의 업무처리가 미흡하다며 질타했고 실적 부족을 압박하기도 했다. 따로 하소연할 곳 없어 속을 끓이다 결국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남성 직장인 B 씨는 납득하기 힘든 인사조처를 당했다. 회사 사무실 자신의 자리에 있던 컴퓨터는 치워졌고, 사내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마저 박탈됐다. 참다 못한 B 씨는 노동관서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 16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골자로 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지역에서도 속속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대전과 세종, 충남도내 일부 시·군을 관할하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접수된 피해 진정은 23일 현재 3건이다. 진정인들이 속한 업종은 다양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내용은 폭언이나 욕설, 인사상 부당함으로 요약된다. A씨 사례는 직장 상사가 과도한 업무실적을 강요하고 압박하며 `필요없는 존재`로 낙인찍는 행태를 보인다. A씨는 진정서에서 "상사가 자진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며 "그 스트레스로 여러 질환을 앓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 경우는 회사의 인사가 부당한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대전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회사의 인사조처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직장내 괴롭힘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경우는 주로 노동관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통해 처리해 왔는데 괴롭힘금지법 시행과 함께 추가로 진정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대표로부터 참기 힘든 폭언과 욕설을 당했다는 여성의 진정도 접수됐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실효성 논란과 함께 사실확인 조사주체를 사용자로 규정한 개정 근로기준법의 한계를 시험하는 사례다. 직장내 괴롭힘 행위자가 회사대표로 지목됐을 때는 내부 감사나 외부 전문가, 외부기관 등에서 조사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토록 하고, 이와 별개로 적절한 조사와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할 노동관서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대전청 관계자는 "3가지 사례 모두 진정서가 접수된 단계여서 향후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불러 조사해봐야 피해여부와 피해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대표에 의한 괴롭힘 진정 건과 관련해선 사업장의 조사 및 조처에 법위반 여부, 취업규칙 적절성 여부 등이 확인된 경우 개선지도를 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장은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으며,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3가지 구성요건을 토대로 판단한다. 10명 이상 상시근로자를 둔 사업장은 직장내 괴롭힘 행위 금지원칙, 예방교육, 고충상담,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처, 가해자 제재 및 재발방지대책 등을 담아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대전청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하루 평균 10-20건가량 괴롭힘 피해 상담 전화가 걸려오고 있지만 신분노출 등을 우려해 실제 진정 접수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피해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 조사를 거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취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신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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