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晩時之歎). 때 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 허태정 대전시장은 청사 내 불법 미용시술 사건과 관련해 "불미스런 일이지만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평소 우유부단한 리더십이라는 악평에 시달렸던 허 시장 이었기에 당시 발언은 꽤 큰 충격파를 가져왔다.

지난 18일 시 민생사법경찰과는 `불법 시술을 받은 공무원은 적발 된 1명 뿐`이라는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시는 불법 시술을 받은 추가 공무원이 없고, 그가 불법 시술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결론을 냈다.

사건 초기 전국적 망신을 산 이 사건을 두고 청내 안팎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안일한 근무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추가 연루 공무원을 찾기 위해 시가 펼친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수사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 시청 일각에선 `자진신고제` 도입 필요성이 나왔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 시술을 받은 공무원에게 자진신고를 받자는 취지였다.

죄질은 나쁘지만 정상참작을 해주는 예외를 고려하면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자진신고제는 유야무야 끝나게 됐다. 일부 결재권 자가 이를 반려했다는 후문이다.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자진신고제를 통해 뿌리까지 흔들린 공직기강을 바로잡았어야 했었다.

최근 시 고위 공무원의 말이 귓전에 남는다.

그는 민생사법경찰과의 최종 수사결과를 알리는 자리에서 "(자진 신고하는) 착한 공무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도입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조직기강을 동여매겠다는 허 시장의 다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까 우려스럽다.

이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공은 시 감사위원회로 넘어갔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조직에 대한 충성보다 시민 모두에게 인정받는 감사 행정이 우선이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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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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