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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물쟁이 평전

2019-07-22기사 편집 2019-07-22 09: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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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생 김종민 씨는 인하대 금속공학과(67학번)를 졸업한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당시 유신정권은 철강·기계·조선 등 중화학공업 육성을 골자로 제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발표했고, 금속공학도 종민 씨가 금속을 녹여 새로운 금속을 만드는 주조(鑄造) 뿌리산업에 뛰어든 건 숙명에 가까웠다. 첫발을 내딛은 곳은 상영산업㈜ 금속사업부였다. 6년간 일하며 회사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종민 씨는 돌연 창원으로 이직을 결심한다. 경제개발계획 주요시책의 하나로 창원에 대규모 종합기계공업기지가 들어서면서 내로라하는 전국의 주물쟁이들이 몰려들어 기술경쟁의 장을 이루고 있으니 가볼만 하다 생각했다. 1979년 3월 종민 씨는 창원 소재 태주실업㈜ 생산부장으로 근무했다. 이어 3년여 만에 능력을 인정받아 대전 대아공업㈜으로 다시 자리를 옮긴다. 종민 씨는 "일종의 스카우트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그는 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2001년 말 그 경험을 자산 삼아 세운 회사가 ㈜유앤아이캐스트다. 공작기계용 주물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활발한 설비투자와 경영활동으로 연매출 150억 원에 이르는 견실한 기업을 일궈냈다. 2007년엔 대전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조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급변했다. 값싼 중국산 주조품이 밀려들어오고 각종 환경규제가 옥죄기 시작했다. 경기는 침체일로였다. 이전과 증설 등 도약의 타이밍을 잃은 그는 데리고 있던 직원들의 새 일자리를 알아봐준 뒤 회사 문을 닫았다. 창립 17년 만이다. 주조와 함께 금형, 소성가공, 용접 등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 사업체가 2015년 2만 6398개에서 2017년 2만 5056개로 무려 1342개 감소하며 쇠락의 길을 걷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주물을 업(業)으로 알고 평생 주물쟁이로 살아온 사람이 주물을 놓았다. 그 헛헛함을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중소기업이지만 뿌리업종 산업체라는 점에서 그 부재가 결코 가볍지도 않다. 그럼에도 "언젠가 좋은 날 오면 재기할 생각"이라며 웃는 김종민 전 유앤아이캐스트 대표에게 이 말만은 꼭 건네고 싶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bravo your life).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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