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 동승 여부, 사고 경위 등도 '모르쇠' 빈축

대전시립미술관 `한국화, 신와유기` 전. 사진=조수연 기자
대전시립미술관 `한국화, 신와유기` 전. 사진=조수연 기자
대전시립미술관 기획전 `한국화, 신와유기展`의 전시작품 운송 과정에서 1억 원 상당의 한국화 작품 모서리 일부가 손상된 것에 대해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곤란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있다.

21일 미술전문가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전시 주최기관은 작가로부터 작품을 인계받을 때 운송 전후 작품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거나 사본을 만들어 관리한다. 따라서 이번 대전시립미술관 기획전에서도 담당 학예사가 당연히 작품 재질에 따른 적절한 포장이 됐는지 등에 대해 체크하고 근거를 남겼어야 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 고가의 손상 작품은 작가와 협의 후 간단한 복원작업을 거쳐 지난 17일부터 전시하고 있으나 손상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운송회사의 실수`라는 설명만 되풀이 하면서 작품 포장과정과 담당 학예사 동승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계약과 관련된 제반 사항은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며 "이번 기획전에 작품이 전시된 상태에서 더 이상 사고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사 직원이 손상된 작품을 보았을 때 `포장이 쓸리면서 생긴 사고`인 것 같다 라고 언급했다"라며 "포장 운송중 도로 상황에 따라 우연치 않게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것이고, 원인을 알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난 2017년 개최한 어린이기획전에서도 관람객에 의해 작품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어 전시작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작품 포장·운송부터 전시관에 내걸리는 순간까지 총괄하는 전문가 섭외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전에는 작품 보존과 복원만을 전담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는 `광주비엔날레` 행사를 위해 2010년부터 보존처리전문가(컨저베이터)를 동원하고 있다. 컨저베이터는 미술품이나 문화재 복원 및 보수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작품 이 전시장에 내걸리기 전 포장을 뜯는 해체과정 등 전반을 모두 지켜본다. 전시관에 도착했을 때 작가가 처음 보낸 상태가 아닐 경우 컨저베이터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 작품을 전시할 수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12월 작품 보존에 특화한 청주관을 개장해 관람객들에게 작품 보존처리 과정을 공개했다. 일반인들이 평일 낮 시간 미술작품 보존 처리 과정을 관람하고 이해하도록 해 관람 중 작품손상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미술계 한 인사는 "대전시립미술관의 이번 기획전 행사 담당 학예사가 당연히 작품 재질에 따른 적절한 포장이 됐는가 등에 대해 체크하고 근거를 남겼어야 한다"며 " 1억 원대 고가 작품 운송과정 손상을 단순 사고로 넘길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작가와 작품을 존중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미술품 보험을 들고있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사, 운송사, 학예사에 대해 다시 단계적으로 조사한 뒤 철저한 직원 내부교육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수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