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여기에다 올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2.5%에서 2.2%로 대폭 낮췄다. 우리나라 경제여건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반증이다. 한은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1.75%로 올린 기준금리를 8개월 만에 다시 1.5%로 내렸다. 그동안 기준금리는 오르기만 했지 내린 것은 2016년 6월 이후 37개월 만이다. 금융시장에선 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해볼 때 7월 동결, 8월 인하 전망이 유력하게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한은이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인하조치를 앞당긴 것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 내수가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추이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지난해 1월 올 성장률 전망치는 2.9%였지만 계속 하향됐고 올 들어서도 1월 2.6%, 4월 2.5%로 낮췄다. 올 상반기 수출과 투자는 기대 이상으로 부진했다. 하반기라고 해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서도 수출증가율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반도체의 하락세가 치명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 전쟁이 여전하고 이달 들어선 일본의 경제보복도 가세를 하고 있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3% 포인트 낮춘 이유이기도 하다. 성장률 2.2%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9년 7월 1.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한은의 발 빠른 금리 인하조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내우외환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얼마 만큼의 인하 효과를 가져 올지는 미지수다. 의도대로 투자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리 인하로 물가가 오르거나 자칫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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