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이 끝없는 벼랑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성적 부진에다 신인 선수 부정 선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이번엔 외국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 씻지 못할 오명과 함께 국제적 망신을 샀다. 시티즌이 창단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듯하다. 구단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 대표까지 영입했지만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지난 4월 우려와 기대 속에 취임한 최용규 시티즌 대표는 구단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개혁안을 내놓으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 팬들에게 희망을 갖게 했다. 취임 한 달여 만에 성적 부진과 선수 부정 선발 책임을 물어 고종수 감독을 경질하는 등 구단의 체질개선과 혁신을 위한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엔 고 감독 자리에 이흥실 베트남 1부 리그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세우고 4년째 머물고 있는 2부 리그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그의 최대 목표인 2부 리그 탈출을 위해선 전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가 외국인 선수 영입이었다.

하지만 선수 영입 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은 시티진 부활에 치명타를 안겼다는 점에서 시민과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도 남는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면 메디컬 테스트를 거친 후 계약하는 게 수순이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계약을 하고 시티즌 옷을 입혀 공개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결점이 드러나 결국 계약을 파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의욕의 과잉에서 빚어진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일로 최 대표의 책임론도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모양이다. 그가 취임과 동시에 야심 차게 내놓은 선수 검증 시스템이 오히려 허점투성이인데다 사무국 조직 개편 등 쇄신안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신임 대표의 성과 알리기에 급급한 대가치곤 시민과 시티즌에 안긴 상처가 더 컸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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