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17일 오후 2시 5분쯤 대전 동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가양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17일 오후 2시 5분쯤 대전 동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17일 오후 1시 7분쯤 대전동부소방서 가양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5명은 출동을 알리는 무전 신호를 듣자마자 급하게 구급차와 화학차(펌프차)에 올라탔다. 사고현장 초기대응을 위해 소방 펌프차와 구급차가 동시에 출동하는 일명 `펌뷸런스` 시스템이었다. 대전 동구 한밭중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신고를 접수받은 이들은 사이렌 소리와 함께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2명의 소방관은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로 양쪽에서 차량을 통제했고 구급대원은 어지럽고 메스꺼운 증상을 호소하는 교통사고 환자에게 경추보호대를 채우고 혈압, 체온, 맥박 등을 확인했다. 이날 대전 도심의 온도계는 30도를 가리켰다.

화마와 싸우는 소방대원들에게 여름철은 고역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기온이지만 소방대원은 20kg이 넘어가는 방화복과 방호헬멧, 진압장갑, 안전화, 공기호흡기, 산소통 등을 착용해야 한다.

오동훈 소방대원은 "여름철에는 너무 덥기 때문에 방화복을 입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땀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기도 하지만 언제 출동해야 할지 모르고 다음 출동에 또 다시 땀 범벅이 되기 때문에 샤워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500도가 넘는 불길 앞에서 사투를 벌이다 보면 탈수증상도 쉽게 찾아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차에는 항상 차가운 얼음물이 실려 있다.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입는 방화복을 직접 착용해봤다. 방화복부터 산소통까지 모든 장비를 착용하자 몸은 거동이 힘들 정도로 무거워졌다. 착용한지 5분쯤 지났을까. 방화복을 걸친 온 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방호스와 로프 등이 들어 있는 15kg 가량의 배낭을 메고 계단을 오르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소방대원은 화재 외에도 온갖 신고들로 인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현장에 출동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벌집제거, 일사병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날도 벌집 제거 신고가 접수돼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오후 2시 5분쯤 대전 동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 도착한 이들은 아파트 4층 에어컨 실외기 밑에 매달린 벌집을 확인하고는 신속히 제거에 나섰다. 아파트 창을 통해 벌집에 가까이 접근한 뒤 말벌 퇴치제로 벌들을 쫓고는 순식간에 말벌집을 제거했다. 땅에 떨어진 말벌집 근처에는 10여 마리의 벌들이 죽어 있었다. 갓난아기를 키우고 있던 집주인은 벌집이 퇴치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서 큰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소방대원에게 `개선점`을 묻자 의외로 "특별히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 소방대원은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당연히 힘들 것이라 각오했다"며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시민 안전이 보장된다면 괜찮다"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가양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은 오후 2시 5분쯤 대전 동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 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했다. 사진=김성준 기자
가양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은 오후 2시 5분쯤 대전 동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 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했다. 사진=김성준 기자
방화복을 입고 소방차에 오르는 기자.
방화복을 입고 소방차에 오르는 기자.
방화복을 입고 계단을 오르는 기자.
방화복을 입고 계단을 오르는 기자.
가양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은 17일 오후 1시 7분쯤 대전 동구 한밭중학교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사진=김성준 기자
가양119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은 17일 오후 1시 7분쯤 대전 동구 한밭중학교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사진=김성준 기자
방화복을 입은 기자
방화복을 입은 기자

김성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