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진제공=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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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모티브로 한 세계수영대회 축제의 서막은 아름다웠고 이색적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물이 5·18 민주광장 분수대에서 하나가 됐다. 100여 개국에서 가져온 물을 분수대에 붓자 하나가 된 물기둥이 찬연하게 솟구쳐 올랐다. 물은 태고부터 생명과 평화, 새로운 시작과 제의(祭儀)를 상징한다. `합수식`은 광주(光州)의 빛과 어우러져 오늘날 세계의 문제들을 환기하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지향한다.

지난 12일 밤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2019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개막했다. 빛고을 광주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남도의 자연과 문화유산 또한 각광을 받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대회는 수영이라는 스포츠를 매개로 광주와 아시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축제의 장이다.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라는 대회 슬로건은 광주의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 아래 스포츠와 문화,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의 장을 만들자는 의미다.

그 중심에 `열린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전당장 직무대리 이진식)이 있다. 문화예술의 창조 플랫폼을 지향하는 문화전당은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와 `문화` `광주`라는 역사성과 전통성, 공간성이 하나로 응결된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민주화의 상징인 구 전남도청 뒤편에 자리하고 있어 `인권`과 `평화`라는 의미까지 실답게 담아낸다. 전시, 공연, 연구, 창작, 교류, 교육 등이 맞물려 이루어지는 시스템은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의 전망을 밝게 한다.

주변 풍경, 공간과의 친연성도 빼놓을 수 없다. 대개의 도시 랜드마크 건물이 초고층 건물인데 반해 문화전당은 땅을 파고 지하에 건물을 앉혀 `있는 듯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실내가 어두컴컴한 것은 아니다. 빛이 물결처럼 들이치는 효과 때문이다. `빛의 숲` 콘셉트가 가로지르는 실용과 예술의 미학은 문화적 상상력과 향유를 극대화한다.

이번 수영대회 기간 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내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문화전당에서도 세계수영대회와 연계한 풍성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마련했다. 음악회, 굿즈 데이, 월드뮤직페스티벌, 워터 슬라이드, 라이브러리파크 테마전, 공공미술 프로젝트, 열흘간의 나비떼 등 푸짐한 `문화상차림`이 눈길을 끈다.

"물 만난 광주의 여름, ACC 문화 바캉스를 즐겨요." ACC가 야심차게 준비한 문화 행사를 소개한다.

먼저 오는 주말(20일) 오후 7시부터 아시아문화광장에서 `아시아컬처마켓(ACM) 야외 음악회`가 펼쳐진다. 오케스트라와 국악 공연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자리다. 1부 오케스트라는 광주를 대표하는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협력해 예술감독 김홍재의 지휘로 E. 엘가(Edward Elg)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시작으로 총 7곡을 선사한다. 2부 국악에서는 김상연 예술감독과 함께 전통과 퓨전을 넘나들며 멋진 한판을 선보인다.

19일부터 21일까지 오후 3시에는 민주평화교류원 B1-B3에서 2019아시아 컬처마켓 굿즈데이가 열린다. 창작자 감성과 영감의 산물인 문화 굿즈는 최근 문화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트렌드다. 행사기간 동안 굿즈매니아들을 위한 피칭, 쇼케이스, 인플루언스 세미나, 토크콘서트, 네트워크 파티 등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울러 광주세계청년축제와 연계한 `청년의 바다` 주제의 전자음악,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이와 별도로 민주평화교류원 옛 전남도청 본관에서는 의미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오는 8월 18일까지 부분 개방된 옛 도청 본관에 설치된 `열흘간의 나비떼`가 그것. 이번 수영대회 개막식 시작을 알린 5·18 민주광장 분수대 합수식은 `열흘간의 나비떼` 작품과 그 의미가 상통된다. `열흘간의 나비떼`는 80년 광주의 5월을 기승전결이라는 서사구조로 콘텐츠화 작품이다. 민주와 인권, 평화로 대변되는 광주의 정신을 세계의 모든 이들이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다.

애니메이션 음악극 `드라곤 킹`도 26일부터 27일까지 모두 세차례 공연된다. 예술극장 극장2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하나인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감각으로 재해석했으며 국내 최정상 제작진이 참여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과 판소리, 소리꾼 배우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융합돼 펼쳐지는 세태 풍자가 일품이다.

라이브러리파크 테마전인 `아시아의 표해록`도 문화예술이 집약된 콘텐츠다. 27일까지 라이브러리파크 기회관 3에서는 아시아문화원의 `아시아 표류기 연구 및 스토리 심화 연구` 결과물이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아시아 각국이 어떻게 풍랑을 극복하고 문화 교류의 꽃을 피웠는지 조명한다. 표류와 생환, 이국의 풍속과 문물을 담은 표해록(漂海錄)은 바다에 대한 관점, 문화적 접근과 수용의 단면을 담고 있다.

여름 이미지와 수영의 분위기를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표현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어린이문화원 앞 광장에 설치된 `물고기의 꿈`은 그룹 `숨, 쉬다`의 작품으로 답답한 일상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풍선 재질을 활용해 500여 마리의 물고기를 역동적으로 표현했는데, 하늘을 바다 삼아 유영하는 물고기의 모습이 이채롭다. 9월 15일까지 전시된다.

9월 1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열리는 `라이트 온 더 무브`도 눈여겨볼 전시다. `빛, 역사, 공간`을 키워드로 광주 작가와 아시아 작가가 바라보는 역사를 조명한다. 광주 출신 정정주와 인도네시아 랑가 뿌르바야가 초대됐다.

수영대회 폐막식이 열리는 28일(오후 5시) 아시아문화전당은 또 한번 세계인의 눈길이 집중된다. FINA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름다운 순환`을 주제로 화려한 피날레가 펼쳐진다. 한예종 윤정섭 명예교수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광주에서 시작된 평화의 물결이 온 세계로 순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정철의 `성산별곡`을 모티브로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의 아름다운 순환과 남도의 정서와 멋, 흥과 가락 등을 표현한다.

오후 7시부터는 아시아문화광장에서 야외음악회가 열린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캐슬린 김(소프라노), 김승직(테너), 한누리무용단, 크로마 앙상블 등 국악 연주자들의 신명의 한판이 펼쳐진다. 문의 ☎1899-5566.

한신협·광주일보=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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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이들의 전진
11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에서 집단발포 희생자를 형상화한 전시콘텐츠가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전당 측은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5·18 추모기간을 맞아 민주평화교류원 전시콘텐츠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한다. 사진=최현배 기자
이름 없는 이들의 전진 11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에서 집단발포 희생자를 형상화한 전시콘텐츠가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전당 측은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5·18 추모기간을 맞아 민주평화교류원 전시콘텐츠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한다. 사진=최현배 기자
사진제공=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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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주, (전일빌딩), 응시의도시-광주, 2018 사진제공=아시아문화전당
정정주, (전일빌딩), 응시의도시-광주, 2018 사진제공=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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