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소사이어티] 고경민 천안 서울수석교청치과 원장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참화를 딛고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7번째로 `30-50`클럽에도 진입했다.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조건을 충족한 국가들을 뜻한다. 한때 선진국의 원조물자로 살림을 지탱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다른 저개발국가나 최빈국들을 돕고 있다. 원조를 받은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격상은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유례 없는 경우로 손 꼽힌다.

과거 기부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오늘 나눔을 실천하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건너편 서울수석교정치과의 고정민(41·사진) 원장이 그렇다. 고 원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다. 지난 2016년 11월 충남의 56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올해 병원 개원 5년차를 맞고 있는 고 원장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및 치과대학원을 수석 졸업했다.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기까지 개인적 노력도 컸지만 외부 도움도 한 몫 했다.

고 원장은 "대학과 대학원 모두 스스로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해야 했다"며 "생활비는 과외를 통해 충당했지만 치과대학과 대학원 학비는 아르바이트로 감당하기에 비쌌다"고 회고했다. 학비 부담은 교내·외 장학금을 받으며 덜었다. 장학금 중에는 KAIST 교수 출신으로 생활정보신문인 교차로를 창업한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기부한 장학금도 있었다. 고 원장은 "국민 세금과 독지가의 장학금으로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고마우신 분들께 받은 은혜를 돌려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결심은 서울수석교정치과를 개원하며 실행에 옮겼다. 고 원장은 "병원 개원에 많은 자금이 필요했고 대출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지만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이 저희 교정치과를 신뢰해주시고 방문해주셨고, 감사한 마음에 지역사회와 이 지역의 소외계층에 도움 될 만한 것을 환원해야 하겠다고 생각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아너 소사이어티를 알게 돼 가입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해 2000만 원씩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 고 원장은 "개원 연차가 쌓일수록, 경기하락, 치과운영경비 상승 등 여유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며 "지금 기부를 하라고 하면 선뜻 나섰을까 하는 생각에 치과개원 초기 기부를 결정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함께 의료인의 길을 걷고 있는 아내도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고 원장의 기부 활동을 응원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고 원장에게도 보람을 선사했다. 그는 "제가 기부한 사회복지기금이 천안지역사회의 의료취약계층의 의료혜택과 소년소녀가장의 학업을 위해 사용되도록 사용처를 정했다"며 "우리나라에 노블레스 오블레주의 성숙한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데 미약한 조력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울 뿐만 아니라 제가 터를 잡은 이 지역사회에 조그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너 소사이어티나 공동모금회를 모른다며 자연스레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 원장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전에도 재능을 활용해 나눔 활동에 참여했다. 탈북민들 치과진료 봉사, 시각장애인 재활운동 봉사, 발달장애아동 사회적응을 위한 보조교사, 단전단수가정 지원, 해외 치과의료지원 등의 봉사를 실천했다.

병원 개원 뒤에는 환자분들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고 원장은 "환자를 돈으로만 생각하는 몇몇 의료인들이 저품질의 진료를 하다가 폐업하는 사례 등이 최근에 있어서 환자분들이 의료인을 불신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며 "치과교정과 전문의로서 저를 찾아주시는 환자분께 한분 한분 최선을 다해 양질의 진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재능기부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또 "자기 일에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해 해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어렵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기부"라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앞으로 계획과 관련해 "일단 봉사하고 기부할 마음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남을 뜻한다"며 "지금 정해진 것은 없지만 항상 넓은 시야를 가지도록 노력해 저의 기술과 지식 등을 통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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