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고암미술상 수상작가 정정엽: 최초의 만찬전, 10월 13일까지, 홍성 이응노의 집

최초의 만찬.
최초의 만찬.
도심 구석진 곳에서 매연을 뒤집어쓰고 근근히 연명하는 나무처럼 구석에 제쳐뒀던 존재에 주목한 작가의 개인전이 고암 이응노의 집에서 열린다.

`제4회 고암미술상 수상작가 정정엽展`이 충남 홍성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에서 오는 10월 13일까지 열린다.

작가 정정엽은 1980년대 한국의 사회적 갈등 현실과 노동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한 작가로 제4회 고암미술상을 수상했다. 고암미술상은 고암이응노 예술의 구상과 실천에 공감하고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미술가를 찾아 미래의 대화를 열어가는 현대미술작가상이다.

삶의 정치로써 예술의 확장을 꾀하는 정정엽의 예술세계는 현재진행형이다.

작가 정정엽이 20대부터 몸담은 `두렁`, `갯꽃`, `여성미술연구회`의 공동체 작업과 `입김`, `스쾃`의 미술운동은 정정엽 예술의 힘줄이고 뼈마디다. 90년대 중반부터 회화작품에 매진하고 개인작업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그가 추구한 예술세계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운동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정정엽은 최초의 만찬전에서 여성의 정치, 여성의 미술에 대한 해석을 작품으로 여성성의 이해가 축적되고 범우주적 생명성에 다가서는 그의 예술적 영감은 작품의 속살을 만들고 작업사이 붉은 피를 돌게 하여 무한한 생명력으로 뻗어나간다.

김학량 이응노생가기념관 명예관장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정정엽 선생은 자신의 살림살이와 일상 자체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붓는다. 선생이 그림그리기로써 섬겨온 콩이며 팥 냉이 감자 고들빼기, 집안에 살다가 죽어간 벌레 벌레 하나가, 그리고 우리가 늘 그늘에 밀쳐두고 그 가치를 폄하해온 여성의 존재와 노동 등등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삶을 밑받침 하는 힘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70점은 불현듯 출몰한 작품이자 전시다. 각 작품들이 태어났던 시·공간을 달리해 재배치돼 있다. 그동안 작품들이 어떤 유기성으로 존재해 정정엽 예술의 몸뚱아리가 되는지를 묻고 있다. 그 예술의 실체가 내뱉는 숨소리, 숨결을 느끼며 구체적인 언어를 찾는 또 하나의 경험이다. 정정엽의 예술은 구상성과 추상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조형미학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적 삶으로부터 싹 터온 현장예술 활동과 예술가 주체로서의 작품세계가 공존한다.

김 명예관장은 "작가 정정엽은 얼핏 허투로 봐서는 팥이니 달래니 두릅이니 하는 먹을거리나, 여성의 모습, 여성의 일을 그리는데 그게 무엇이냐 싶지만, 가만가만 그림도 따라가고 작가가 한 말도 귀담아 듣다보면 가만히 들어앉아 있던 뜻이 슬금슬금 움직이며 우리 마음 안쪽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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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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