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식가의 자본주의 가이드] 에릭 홀트-히메네스 지음·박형신 옮김 /한울/ 400쪽/ 3만 9000원
`한 미식가의 자본주의 가이드-우리가 먹는 것의 정치경제학 이해하기`는 먹을거리 체계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소개하는 책으로,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굶주리는지, 왜 비만이 전 지구적 질병이 되었는지, 왜 토지수탈, 지구온난화, 환경오염이 증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먹거리 체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부엌에서부터 유기농이나 로컬푸드를 구매한 `포크로 투표하기`와 토지점거 등 역사의 흐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먹을거리가 생산되고 판매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자본주의가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변혁시키지 않고서는 먹을거리 체계를 바꿀 수 없다. 반대로 우리는 먹을거리 체계를 바꾸지 않고서는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수도 없다. 또 자본주의와 먹을거리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가부장제, 인종차별주의, 계급주의를 종식시켜야 한다.
농민운동 연구자이자 먹을거리 운동 활동가인 에릭 홀트-히메네스는 먹을거리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먹을거리 운동 내의 계급주의,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먹을거리 운동 단체와 환경운동 단체 및 사회정의 운동 단체 간에 강력한 전략적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먹을거리 운동은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적 투쟁도, 농민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투쟁도 아니다. 먹을거리 운동은 우리 모두 안전하고 좋은 먹을거리를 먹기 위해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먹을거리 체계를 틀 짓는 방식과 먹을거리가 자본주의의 구조와 기능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먹을거리 운동이 피상적인 개선을 넘어 변혁적 개혁으로 전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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