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이란 말을 쓸 수 있을까? 4년 만에 충남도민들의 믿음과 기대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모두의 염원 속에 홍성에서 여의도까지 57분이면 주파한다던 서해선 철도가 당초 방침 대신 환승으로 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10일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 현황과 향후 운행계획`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고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손바닥 뒤집듯 당초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이로 인한 220만 도민들 또한 배신감과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15년 5월 22일 홍성역 환승주차장에서 서해선 전철 기공식행사가 열렸다. 뙤약볕 속에서 도민 1000여 명은 들뜬 마음으로 축하공연을 관람했고, 자신감 넘치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축사를 들으며 환호하고 박수치며 응원했다. 철도가 개통되면 홍성에서 여의도까지 57분이면 주파한다는 국토교통부는 "서해선 복선전철은 서해안지역 철도축의 핵심으로 새로운 환황해권 경제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며, 경부선에 이은 또 하나의 국가대동맥"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우리 모두는 잔뜩 기대감을 갖고 2020년을 기다려 왔다.

서해선 복선전철이 완공되면 충청 서부지역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뿐 만 아니라 지난 1931년 장항선 개통 이후 80여 년간 철도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았던 서해안 지역의 수도권 접근성이 향상돼 산업발전과 관광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서해선 복선전철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3조 8280억 원이 투입돼 기존 새마을호에 비해 속도가 1.6배 정도 빠른 시속 250㎞급 고속 전철이 운행돼 홍성에서 영등포까지 기존 장항선을 이용할 때보다 1시간 가까이 줄어든 53분만에 주파하게 돼 지역 접근성이 높아질 뿐 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돼 도민들의 기대가 부풀어 올랐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 완공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서해선과 신안산선을 직결하겠다는 방침 대신 두 노선 간 환승이라는 계획으로 바꾼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변경 논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국가사업이든 민간사업이든 사업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신안산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해선 철도와 선로를 공유할 경우 터널과 역 시설 등에 대한 투자비가 늘어나고, 여객 수요가 분산될 우려가 있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해명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서해선 복선전철이 건설되면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할 서해축이 구축돼 서해안 지역의 산업 발전 및 관광·물류 활성화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 해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충남도민을 위한 것인가, 수도권 주민을 위한 것인가. 또한 민자 사업인 신안산선 사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비용 부담이 큰 서해선 복선전철과의 선로 공유 계획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이 변경계획의 경제성은 누구를 기준으로 한단 말인가?

이 모두에 충남도의 이익은 빠져 있다. 충남도민과의 약속 또한 배제되었다. 도민의 교통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퇴색된 이번 변경계획으로 불편과 피해는 고스란히 충남도민의 몫이 될 것이다. 도민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에 대한 고려와 대비책은 준비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충청권 대선 공약으로 `내포신도시를 환황해권 중심지로 육성해 충남 재도약의 거점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 고 약속하였는데 공약 이행은 커녕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충남도의 의견과 도민의 뜻을 묻지 않은 국토교통부의 이번 처사를 우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충남도민을 우롱한 이번 변경계획을 한 치의 변경도 없이 반드시 원안대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시간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경제성을 논리로 변경한 홍성에서 여의도까지의 증가될 시간, 그리고 4년간 도민들이 기대하고 꿈꿔왔던 믿음의 시간, 국토교통부가 되돌려 놓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종화<충남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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