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도시의 아파트 단지부터 전원주택단지, 타운하우스, 그리고 소도시 시골 작은 마을까지, 규모만 다를 뿐 모두 한 동네로 묶을 수 있다.

동네(neighborhood)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나 마을 교외 농촌의 지리적인 공동체로 풀이되며 개념적으로는 내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일정한 범위 안에 형성된 공간이다.

그러나 어릴 적 넓게만 보였던 골목길, 살짝 높은 듯해 까치발로 넘겨보던 담장도 이제 없는 지금의 동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렇다보니 동네건축 또한 대도시의 공간 안에 지어지는 건축만이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게돼 그 씁쓸함이 더했다.

그런데 사라진 소도시의 동네건축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동네건축을 살리고 변화시키기 위해 정책과 토론이 한창이다. 마을 단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동네건축과 소도시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표현하는 공공건축을 함께 진행한다면 사라진 동네건축을 살리는데 큰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다. 이유는 동네건축은 공공건축이 리드 해야하기 때문이다(동네건축은 공공건축과 소규모 민간건축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공공건축으로 게재한다).

소도시의 경우 공공건축으로 진행되는 동네건축에 마을의 특성이나 주민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 동네의 지역성(locality)을 뽑아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민 구성원 대부분이 고령이고 농업, 어업을 기반으로 생활하기에 동네건축을 상징하는 마을회관을 계획, 설계, 시공하기까지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설계단계에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설계기간에 쫓겨 마무리하고 시공 중에는(많이 변하긴했지만) 도서에 없는 사항을 요구하여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행정력이다. 주민들의 의견수렴, 조율, 결정에 집중하여 설계, 시공단계에 야기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 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모든 건축은 건축주, 설계, 시공 3박자가 어우러져야만 좋은 건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도시의 공공건축에서는 다수가 그렇지 못함이 안타깝다.

지난 해 정부는 `국민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SOC 동네건축부터 확 바꾼다`라는 슬로건 아래 공공건축가 및 총괄건축가 제도 도입·공공건축 사업계획의 사전검토·설계자의 설계의도 구현 가능한 제도적 장치 등 공공건축 혁신 9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공공건축의 변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증가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동네환경이 바뀌고 주민들의 삶도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며, 중소도시에서 더 큰 체감을 할 것"이라고 했으니 이는 지금껏 지역의 동네건축이 정책 대상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동네건축의 활성화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비례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소도시의 동네건축에서는 하나의 건축물 안에 다수의 용도 및 기능을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것은 일부 주민들의 그릇된 인식이 동네건축을 망가뜨리는 한 요소로 작용한다. 저 동네 저 학교에도 있으니 우리 동네 우리 학교에도 이런 건축물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동네건축 활성화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낸 하나뿐인 동네건축이야말로 홍보의 최고봉이 아닐까.

한 지역의 건축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적, 경관적, 문화적 가치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도심 속에 높고 웅장한 랜드마크(공공기관, 빌딩..) 건축물이 있어 문화, 관광의 가치가 있다면 마을에는 소박한 동네건축이 있어 찾아오는 이들이 산책하듯 동네의 이모저모를 찾아보면 우리가 생각한 동네건축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석주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