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채용심사 때 부모 직업이나 출신 학교, 지역 등을 묻지 못한다. 이를 어기면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외모나 출신, 학력보다 직무 중심의 채용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법이란 의미에서 블라인드 채용법이라 불리지만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한 채용문화 악습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취업난이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입사 지원서나 면접 때 업무와 관련 없는 사항들을 부분적으로 금지해 왔지만 법 개정을 통해 명문화한 건 바람직해 보인다. 불필요한 질문으로 낭패를 본 적이 있는 구직자라면 더더욱 환영하고도 남을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직원의 잠재 능력, 인성 등을 중요시한 덕분에 면접 때 성장 환경이나 교육 배경 등 업무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들을 요구해 온 건 부인하지 못한다. 부모의 최종 학력이라든지 직장, 취미, 재산 등을 질문하는 걸 관행으로 여겼을 정도다. 지금도 이런 관행은 우리 사회 곳곳에 널려 있다. 고위공직자 인사 때만 되면 가장 먼저 출신지역이나 학교를 따지는 고질이 남아 있는 것이다.

미국에선 이력서나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외모를 통해 채용을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업무 능력과 관계없는 사항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하거나 입사 면접 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아직은 미국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진전된 결과란 점에서 고무적이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법으로 강제한다 한들 고질적인 채용문화를 단숨에 바꾸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취지엔 공감하나 면접관의 의식 변화 등 잘못된 채용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오로지 업무 능력만이 고려의 대상이 되는 채용문화가 제대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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