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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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완연한 저물가 기조에 서민 가계가 `반짝` 여유를 찾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월부터 6개월째 0%대를 맴돌고 있는데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씀씀이에 여력이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2015년=100)로 1년 전에 비해 0.7% 오르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로 낮아진 뒤 2월 0.5%, 3월 0.4%, 4월 0.6%, 5월 0.7%로 내리 6개월 동안 0%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속 0%대 기록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가장 긴 것이다.

농축수산물 중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생강은 9-10월 수확 이후로 가격이 상승했으나 무(-28.8%), 고구마(-11.2%), 마늘(-8.4%)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휘발유(-5.3%)와 경유(-1.7%)도 소폭 하락했다. 일부 지역의 고등학교 납입금 무상화, 무상교복·무상급식 등 복지 확대로 공공서비스 물가는 올 1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다.

한국물가협회가 10일 조사한 생활물가 시세표에 따르면 대전지역 채소·양념 품목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무는 지난해 개당 1900원에서 1480원으로 22.1% 하락했고 고구마는 ㎏당 7100원 하던 것이 올해 15.5% 떨어진 6000원이다. 양파(-14.8%), 파(-12.4%), 마늘(-10.9%), 감자(-9.4%)도 하락세다. 가공식품 중에선 분유 가격이 1통 2만 6900원에서 2만 2500원으로 16.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8월에 한해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시행으로 폭염 때는 16%, 평년기온일 경우 18% 전기요금 부담이 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개편안은 누진 1단계 구간을 기존 0-200㎾h에서 0-300㎾h(100㎾h 추가)로, 누진 2단계 구간을 201-400㎾h에서 301-450㎾h(50㎾h 추가)로 조정한 게 핵심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629만 가구가 월평균 1만 142원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당국의 계산이다. 도시 4인 가구 기준 한달에 500㎾h의 전기를 쓴다고 하면 그간 월 10만 4140원의 요금을 내야 했으나 개편안에 따라 8만 8110원으로 1만 6030원(15.4%) 부담을 더는 셈이다.

기름값도 주춤하고 있다. 5월 말 휘발유 가격은 1537.08원, 경유는 1399.11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15일 현재 1490.25원, 1351.78원으로 각각 46.83원(-3.04%), 47.33원(-3.38%) 빠졌다. 저물가 흐름이 서민경제의 부담을 완화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함께 정반대의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경제원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0% 이하로 하락하는 것이므로 최근 저물가를 디플레 상황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정책당국은 물가 기대심리가 디플레로 확산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하고, 낮은 지표물가 대비 높은 체감물가가 가계 삶의 질적인 측면을 악화시킬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승현·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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