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첫키스, 첫눈, 첫날. 처음은 늘 설렘이 있다.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 지난 5일 대전시 최초로 출시한 지역화폐 대덕e로움도 마찬가지다. 지난 5개월 간 많은 분들의 사랑과 응원을 먹고 자라왔기에 그 설렘은 더 크게 다가온다.

대덕e로움은 지역 내 소비촉진과 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 구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다.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우리 구는 대전시 최대 산업단지 2곳이 입주해 있다. 사업장 근로자 수는 대전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사업장 근로자의 평균소득도 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지역경제가 어려울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어렵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근로자가 많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우리 구에 귀속되지 않는다. 이때문에 지역에서 발생한 소득이 지역에서 소비되지 않고 유출된다. 재정자립도는 낮아지고, 지역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현실은 어려울지 몰라도, 다함께 잘 살아보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그렇지 않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절망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간다면, 닫혔던 문은 열린다.

그 문을 우리 주민들이 열고 있다. 대덕e로움이라는 열쇠를 만들어서 말이다.

대덕e로움은 주민들이 흘린 땀방울과 응원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다.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하나 된 마음이 토대가 됐다.

주민 주도로 유통활성화 운동본부와 홍보단을 조직해 발로 뛰면서 대덕e로움을 키워왔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야 하듯이, 수많은 주민들이 바람개비가 돼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왔다.

일반주민 뿐만 아니다. 청소년, 대학생, 소상공인들도 홍보단을 구성해 마음을 모았다. 거리에서, SNS(소셜네트워크)에서 대덕e로움을 구매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0개가 넘는 기업·민간단체·공공기관은 업무협약을 맺고 홍보와 구매에 앞장섰다. 지역 밖에 소재한 기업과 대전 시민들도 함께 손잡아줬다.

도토리 한 알에 응축된 강력한 에너지를 우리는 안다. 땅속에 묻으면 그 것은 떡갈나무로 폭발해 오른다. 심지 않으면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심으면 크고 풍요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덕e로움은 대덕경제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씨앗이다. 오뉴월 뙤약볕에서 흘린 수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을 먹고 싹 터왔다. 그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대덕e로움은 증명해 보일 것이다.

소비가 늘면 상권이 살아난다.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는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 소득 없던 사람이 돈이 생기면 경제 전체의 소비도 늘어난다. 선순환 경제가 구축되는 것이다. 내 삶이 바뀌고, 대덕경제의 지도가 새롭게 바뀌게 된다.

대덕e로움은 화수분과 같은 존재다. 쓰면 쓸수록 지역경제에 미치는 힘이 커진다. 내가 쓰고 우리가 부자 되는 요술램프다. 강자만 살아남는 생존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함께 잘 사는 공존의 사회를 만드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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