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이러니. 에펠탑의 탄생 비화에 비해 덜 알려진 이야기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건립에 대한 것이다.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 건축되었는데 건축 기간이 당초 예상 2년의 8배인 16년 가량이 소요되었다. 1955년 호주정부는 시드니를 상징할 오페라하우스 건축을 위한 국제 설계공모를 했는데 32개국에서 232점이 응모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심사위원이 제대로 된 작품이 없자 낙선된 작품들을 다시 검토했는데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덴마크 건축가 외른 오베르그 우드손의 작품이 선정된 것이다.
우드손의 작품은 사실 부인이 잘라준 오렌지 조각에서 힌트를 얻어 설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작품에 대해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교접하는 흰 거북이 들`이라고 하거나 `공포에 질린 베일을 쓴 수녀 들`같다는 조롱이 쏟아졌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설계자 우드손이 저질 취향을 갖고 있다며 노골적인 반대를 했다고 한다. 또 우드손의 설계는 건축물로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지붕의 구조방식과 토대의 과중함, 기하학적 문제 등 건축상 심각한 어려움이 제기되기도 했다. 건축비용도 원래 보다 16배가 넘는 570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었고 이를 위해 호주정부는 기부금모집과 복권을 발행하여 예산을 충당했다고 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이렇듯 당시 전문가들의 거부와 반대, 난관을 극복하고 탄생한 것이다. 에펠탑 없는 파리를 상상할 수 없듯이 오페라하우스 없는 시드니를 상상할 수 있는가? 시드니를 방문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오페라하우스의 찬란한 화이트의 아름다움과 완벽하고 변화무쌍한 곡선을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낸다. 물론 인증 샷은 필수다.
우리 대전은 철도로 시작해서 철도로 흥한 교통의 도시이자 행정, 교육, 첨단과학의 허브도시이다. 올 1월 드디어 우리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도시철도 2호선인 트램이 예비타탕성조사를 면제받았다. 이제 잘 준비하고 설계하고 건설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사실 트램에 대하여 결정되기 까지 많은 반대가 있었고 지금도 혹자는 트램의 선택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유는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도로 잠식으로 인한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도시철도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비용도 예상보다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도시를 복잡하고 불편하게 만들며 우리 시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충분히 지적가능한 부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지만 `문제는 문제를 모를 때가 문제다`라는 말에 비추어 볼 때 이에 대한 대비는 가능 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를 해본다. 특히 유럽, 호주 등에 있는 우리들이 선망하는 많은 선진 도시들이 트램을 운영하고 있고, 트램을 도시의 교통, 도시재생, 지역경제, 문화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본다면 더욱 그렇다. 올 초 필자가 호주 시드니 중심가를 방문했는데 기존에 있던 고가 모노레일을 철거하고 시내 한복판에 트램 설치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이러한 기대가 근거 없지 않음을 확신했다.
`그럴듯한 계획은 그럴 듯하게 실패 한다`라는 말이 있다. 새롭게 변화하려면, 도약하려면 기존의 관념을 깨고 통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틀, 도전이 필요하다. 철도로 흥한 도시 대전, 트램으로 성공하리라! 세 번째 아이러니를 기대해 본다.
전재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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