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계, 자영업자 "한숨 돌렸다" 아르바이트생 등 노동계 "실질적 삭감"

내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천590원으로 결정됐다.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 투표 결과가 보여지고 있다. 사용자안 8천590원이 15표를 얻어 채택됐다. 2019.7.12 [연합뉴스]
내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천590원으로 결정됐다.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 투표 결과가 보여지고 있다. 사용자안 8천590원이 15표를 얻어 채택됐다. 2019.7.12 [연합뉴스]
"아르바이트 하는 입장에서는 참 아쉽죠. 1만 원 정도까지 더 오를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정도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직원 4명 중 3명을 내보내야 할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지역사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자영업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최저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아르바이트생 등 노동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근무 기준(주휴수당 포함) 179만 5310원으로, 올해 174만 5150원에 비해 5만 원 가량 오른 금액이다.

먼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 서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오은경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게 정해져 그나마 다행"이라며 "올해는 또 얼마나 오를지 걱정했는데 내년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씨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너무 크게 뛰면서 인건비 부담으로 기존 직원들을 내보냈다. 대신 내가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라고도 했다.

이용철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지회 사무국장은 "외식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외식업계 폐업률이 17% 가량 오른 바 있다"면서 "이번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았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자영업자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업계 사정을 전했다.

반면 하루 7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아르바이트 직원 양 모(21) 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적게 오른 것은 아르바이트 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쉽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시민들의 표정도 달랐다. 전업주부 곽영자(72) 씨는 "콩나물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는 시대에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너무 낮은 것 같다.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주민은 "최저임금 인상률도 중요하지만 결국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최저임금을 둘러싼 각 주체들의 갈등이 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 2.9%는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꼴"이라며 "최저임금 정책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것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되는 것이 순리였다"며 "경영계로서는 부담이 가중된 수준이지만 어려운 국내 경제 여건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국민경제 주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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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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