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달 앱의 주류 구매 인증 절차. 앱을 통해 주류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ID당 연 1회 성인인증을 해야 한다.
한 배달 앱의 주류 구매 인증 절차. 앱을 통해 주류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ID당 연 1회 성인인증을 해야 한다.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치킨 등과 함께 생맥주 배달이 가능해졌으나 미성년자들의 주류 주문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모호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최근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해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부수적으로 생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것을 허용토록 했다.

그동안 배달음식을 주문하면서 캔이나 병에 들어 있는 술은 함께 배달이 가능했지만 생맥주를 페트병 등 용기에 따로 담아 배달하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이는 주세법 제15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물리적 작용을 가해 당초 규격에 변화를 가져오는 주류의 가종·조작`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맥주통에 담긴 생맥주를 별도의 용기에 담아 배달하는 것은 위법행위였다.

하지만 과세와 위생관리를 위한 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생맥주 배달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뤄져왔다. 생맥주 배달 수요가 많은 탓에 치킨 등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이 생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배달 판매해왔던 것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생맥주 배달이 위법행위인 점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정부와 지자체도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앱 업체들이 생맥주 배달이 위법행위라며 가맹점들에 판매 중지를 권고했고, 이에 음식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일자 정부가 법안을 개정한 것이다.

생맥주 배달이 허용되자 미성년자의 주류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류 배달시 미성년자의 접근 우려는 예전부터 문제시 돼왔다. 여가부에서 발표한 `2018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술을 직접 구매한 청소년 중 32.2%는 배달주문을 통해 술을 구매했다고 응답해 편의점·가게·슈퍼마켓, 식당·음식점에 이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배달 앱을 통한 주류 주문은 회원 ID당 연 1회 성인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가능해 미성년자 접근에 대한 허점을 보이고 있다. 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인인증을 한 상황이라면 직접 대면하고 주문을 받지 않는 배달 앱 특성상 미성년자 여부를 파악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배달원이 배달현장에서 주문자를 상대로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요즘 대다수 음식점은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배달대행업체는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보니 주문자의 미성년자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탓이다. 미성년자가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주류를 구매했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은 배달대행업체가 아닌 음식점주가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대전에서 미성년자 주류판매 등 청소년보호법 위반 적발 건수가 매년 200건 이상에 이를 정도로 청소년들이 술에 노출돼 있다"며 "배달 앱을 통한 미성년자의 주류구매를 막기 위한 음식점주와 부모님 등 주변 지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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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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