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찾는 다양한 시도가 혁신 시작

`뻘짓거리`는 허튼짓을 일컫는 우리말이다. 말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 재미있다. `뻘`은 접두사로 일정한 테두리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벌불은 아궁이를 벗어난 불을 의미하고 벌물은 그릇을 벗어난 물을 가리킨다. 윷놀이에서 정한 자리를 벗어난 윷짝을 벌윷이라 부른다. 짓거리는 몸놀림을 의미하는 `짓`을 낮잡아 부르기도 하지만 흥에 겨워 멋대로 하는 짓도 짓거리다.

뻘짓거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흥에 겨워 일정한 테두리를 멋대로 벗어나는 몸놀림`이다. 물론 흥에 겨워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쓸데없는 짓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일정한 테두리를 벗어나면 주로 허튼짓이 됐다. 하지만 미래는 일부러라도 테두리를 벗어나야 하는 시대다. 이 때문에 우리는 뻘짓거리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뻘짓거리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아보자.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자신의 적성을 모르겠다는 말이다. 모범생도 예외는 아니다. 공부라는 테두리에 갇혀 지식을 암기하고 기계처럼 문제를 풀어내는 연습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신기루 대학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이 많다. 이미 좋은 대학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부모들이 보면 화들짝 놀라겠지만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유튜브를 권유해 본다. 동영상을 보면서 낭비하는 시간도 많겠지만 가끔은 신기한 것을 보고 따라 해보면 어떨까? 재미있는 과학실험도 해보고 음식도 만들어 보자. 그림 그리는 방법도 배워보고 아두이노도 배워보자. 게임, 만화,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것을 찾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면 제대로 뻘짓거리를 찾은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레고를 이용해서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어보겠다는 프로젝트에 푹 빠져 살아 보면 어떨까? 물론 실패할 가능성이 99%지만 벌짓거리의 묘미는 실패해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재미있으면 계속하게 되고 계속하다보면 적성이 된다. 명심하자. 공부보다는 뻘짓거리 속에 여러분들의 적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뻘짓거리를 미래의 전문성으로 발전하는 발판으로 삼자. 오늘날은 물론 미래도 융합이 대세다. 과거의 지식 테두리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경계를 허물고 융합한다. 디자인이 공학과 결합되고 의학과도 융합되면서 새로운 분야가 탄생한다. 기존의 테두리를 벗어나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이 된다.

누가 이러한 융합을 이끌 수 있을까? 디자인이라는 벌짓거리에 푹 빠져 사는 공학자와 의학자다. 뻘짓거리를 즐기는 사람이 선구자가 된다. 요즘 필자는 머신러닝에 푹 빠져 산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머신러닝을 배워 교육적인 문제들에 적용한다. 전통적인 교육학과 통계들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교육 문제들을 머신러닝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까지 연구해도 즐겁다. 이것이 뻘짓거리다.

기존의 교육자들은 머신러닝을 어려워한다. AI 전문가들도 교육은 잘 모른다. 결국 이 둘의 융합은 필자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를 뻘짓거리로 배워 서로 융합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다른 사람이 해결해 주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해 보자.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더라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재미있어서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다보면 남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셋째, 뻘짓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보자.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하나의 직업으로 정년을 맞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직업이 바뀌지 않더라도 하는 일은 바뀌게 마련이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남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남들도 궁금해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없어지는 직업에 매달리지 말고 내가 즐기는 뻘짓거리로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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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헌 대전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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