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충남 홍성지역 일제강점기 범죄인명부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범죄인명부는 보안법, 정치범처벌령 등 일제가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악법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죄명 등이 기록돼 있다.

범죄인명부 공개까지 과정을 들어보니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홍성지역 읍·면사무소를 찾아 다니며 수집했는데 일부는 창고나 옥상에서 찾기도 했다. 기록물이 없다고 했으나 막상 찾아보니 나온 경우도 있다. 보관 상태도 좋지 않았다. 물에 젖은 흔적이 있거나 잉크가 번지고 종이가 너덜너덜해진 것도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일제 탄압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기록물인 범죄인명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저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공개된 홍성지역 범죄인명부의 1919년 독립운동 관련 특이처벌 기록 현황을 보면 처벌 받은 사람은 293명이다. 이중 서훈을 받은 이들은 181명이다. 홍성읍, 광천읍, 홍북읍, 갈산면은 자료가 소실됐고, 구항면, 서부면, 결성면은 원본을 폐기하며 기록한 폐기목록대장 일부만 남았다.

지역 대표 독립운동가인 갈산면 출신 김좌진 장군과 결성면 출신 만해 한용운 선생의 기록은 자료 소실로 확인할 수 없었다. 홍주의병활동, 파리 장서운동을 주도한 김복한 선생은 서부면 폐기목록대장을 통해 명단이 확인됐는데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범죄인명부를 근거로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게 된 사례들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독립운동 활동을 증명하지 못했던 이들은 이름과 죄명 등의 기록이 담긴 범죄인명부를 활용해 서훈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잠들어있는 범죄인명부를 발굴하고 일반에 공개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길 기대해볼 만 하다.

이번 홍성지역 범죄인명부 공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알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제가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처벌한 기록을 작성한 명부이지만 후손들에게는 범죄인명부라는 이름이 아닌 독립운동가명부처럼 다른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알리면 어떨까. 충남취재본부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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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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