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의장에게 주는 관련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까지는 단체장이 지방의회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임용했지만 이젠 의장이 의회 직원을 직접 뽑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긴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30여 년만에 행정에 귀속돼 있던 지방 입법이 해방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당초 이 법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 차원에서 추진하려다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법령 개정으로 선회했다. 정부의 개정 의지가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의회가 소속 직원의 인사권을 단체장이 쥐다 보니 의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단체장 눈치 보기와 때가 되면 본청으로 들어갈 궁리만 하는 직원들이 집행부와 마찰을 꺼려 할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의회 무용론이 일 정도다. 의원들을 보좌하는 수석전문위원 자리도 전문성 없는 직원을 앉히거나 정년을 앞둔 직원들이 쉬었다 가는 자리로 인식되면서 의회 기능과 역할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 왔던 터이다.

지방자치 분권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의회 인사권 독립이 필수란 점은 정부나 지방의회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다. 이번 개정안에 기초의회 인사 독립권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크다. 광역의회와 함께 기초의회에도 인사권을 부여해야 지방의회 역량 강화와 승진 적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인사권 독립과 함께 자치입법권 강화나 지방정부 지위 격상을 주장하지만 의회 인사권 독립을 담은 지방공무원법 개정안 만이라도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해 지방분권으로 가는 마중물을 만들어야 한다. 인사권 독립이 정치적 이유로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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