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소사이어티] 가난했던 유년시절 봉사하는 삶 다짐...잘사는 농촌 건설위해 정치세계 입문

유병기 전 충남도의회 의장(충남 어너 82호)이 그동안 살아온 봉사 인생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사진=조정호 기자
유병기 전 충남도의회 의장(충남 어너 82호)이 그동안 살아온 봉사 인생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사진=조정호 기자
"어려웠던 시절 생각해 어려운 이웃을 내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나 하는 심정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여 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렸다. 충남에선 82번째 영예이고 고향인 부여군에서는 10번째 가입자다.

부여읍의 한 자그마한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유병기(69) 전 충남도의회 의장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반갑게 맞이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둥글둥글하면서도 힘찬 서체는 유 전 의장의 성품을 짐작하게 한다.

대도무문은 본래 불가의 화두에서 나온 말로 "큰 길에 들어가는 문은 없으나(大道無門) 그 문은 어떤 길로도 통한다(千差有路)"라는 구절의 한 부분이다. 큰 길, 즉 큰 도에 들어가는 문이란 원래 없다는 것이다. 문이란 어떤 것은 닫아서 못들어오게 하고, 어떤 것은 열어서 들어오게 함을 말합니다. 구별 짓고 차별한다. 큰 길, 즉 큰 도는 문이 없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 발전과 이웃 사랑에 동분서주해 온 유 전 의장의 인생을 오롯이 담아낸 글귀다.

유 전 의장은 지난해 부여군 읍·면 노인회 지원(저소득층 어르신 지원)에 써 달라며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1000만 원을 지정 기탁했다.

성공한 사업가도 아닌 그가 거액을 기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 도의원 등 공직 생활을 해오며 푼푼이 모은 돈에다 부인이 나눔의 뜻을 함께 해줬다. 장성해 독립 가정을 꾸리고 있는 2남1녀의 자녀들도 십시일반 기부금을 보탰다. 그는 "고액 기부 의사를 아내와 자녀들에게 밝혔더니 모두들 흔쾌히 동참하겠다고 나서줘 고마울 따름"이라며 "가족들의 힘으로 이뤄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이 더욱 값진 의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형편이 넉넉했다기보다는 마음이 넉넉했다. 그 만한 돈이면 노후를 안정되게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액수다. 망설임 없이 선뜻 기부를 결심할 수 있었던 건 힘들었던 유년시절 때 각오 때문이다.

유 전 의장은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충남 부여 충화면의 한 농촌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전쟁으로 폐허가 돼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가난을 견뎌야만 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까스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나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학을 하면서 곧바로 잘사는 농촌을 건설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농촌 발전을 위한 농촌 운동에 뛰어들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끊임없이 노력했고 결국 지역주민들로부터 건실한 청년으로 인정받으며 지도자로의 길을 걷게된다. 1981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통령 선거인으로 정치에 첫 발을 내딛었다. 1991년 부여군의회 초대 의원에 당선돼 주민들의 어려움을 나의 어려움으로 생각하고 해결해주는 노력을 통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편다는 주민들의 평을 받았다. 이 때 그는 정치인 특히 군의원은 지역의 심부름꾼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남을 위한 봉사활동은 더욱 빛을 발한다. 1997년 새마을운동 부여군 지회장을 맡아 새마을 정신에 입각한 협동을 통한 잘사는 농촌 건설을 위한 봉사활동에 매진했다.

본격적으로 불우이웃돕기에 뛰어든 건 2000년 10월부터 2004년 6월까지 4년간 충청남도 공동모금회 회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노령수당 등 사회복지가 미비한 터라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은 매우 심각했다.

그는 공동모금회 회장을 맡으면서 이들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위해 모금 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렸다. 시장·군수들에게 주민들의 공동모금에 동참을 부탁 하고 불우이웃돕기 참여 풍토 조성에 앞장섰다. 그 같은 노력으로 유 전 의장은 "불우이웃돕기 참여 풍토조성을 통해 충남공동모금회가 전국 1위의 실적을 거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유 전 의장은 지역 발전과 좀 더 폭 넓은 봉사를 위해 충남도의원에 도전한다. 2000년 제6대 충남도의원에 출마해 당당히 당선돼 충남도의회에 입성했다. 이 후 유 전 의장은 충남 도의원 4선과 충남도의회 의장까지 지내며 20년이 훌쩍 넘는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는 "의원은 주민들의 심부름꾼이지 권력자나 정책 입안자는 결코 아니다"라고 겸손해하면서 "정치를 하면서 어릴 때 가난으로 가슴을 아프게 했던 농촌현대화 사업과 농업인이 잘 살 수 있는 지역 및 도시개발에 치중해 의정 활동을 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처럼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유 전 의장은 도의원과 충남사회공동모금회 회장을 지내면서 불우 이웃돕기에 적극 나서 시장·군수에게 이웃돕기에 협조를 요청 하면서 충남도민들이 불우이웃돕기에 적극 참여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물론 저소득층 등 불우이웃돕기에는 유 전 의장 자신이 앞장서 실천했다.

지난 2018년 1억1000만 원을 충남 아너소사이어티에 기부해 충남 아너 82호에 가입한 것은 그가 그동안 참여해 온 불우이웃돕기의 결정체다. 유 전 의장이 기부한 돈은 올해 5월까지 부여군 읍·면 어버이날 경로잔치에 쓰여졌다. 삶에 지쳐있는 어르신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선사하고 또 지역 주민들이 화합을 이루는 데에도 일조했다.

유 전 의장의 기부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후 이뤄져 진정성을 보여준다.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순수한 평소 지론을 그대로 실천 한 것이다.

유 전 의장은 "앞으로도 봉사활동에 전념하겠다"며 "우리 모두가 불우이웃을 보살피는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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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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