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 232쪽/ 1만 4000원

우리나라 자전거 이용 인구가 14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최근 들어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와 이륜차의 등장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자전거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곳곳에 생기고, 대전시 `타슈`, 서울시 `따릉이`, 광주 `타랑께` 등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도 늘고 있다. 1817년 자전거가 등장한 이후 200년이 흘렀다. 자전거는 시대마다 사람들이 처한 가장 급박한 문제의 대안이 돼 왔다.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던 기술 발전의 선구자 자리를 자전거에 되돌려주고자 애써온 독일의 물리학자 겸 자전거 전문가 한스에르하르트 레싱이 2017년 자전거 탄생 200주년을 맞아 자전거의 발자취를 담은 신간을 내놓았다. 그는 "자전거야말로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관심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지난 200년간 사회 평등의 상징으로, 여성 해방의 마중물로, 교통·환경 문제의 대안으로 함께해온 자전거.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인간의 삶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자전거는 탄생 순간부터 극적이었다. 1815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고, 시꺼먼 화산재가 몇 년에 걸쳐 유럽의 하늘까지 뒤덮자 기근이 들었다.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말을 기르기 어렵게 되자 사람들은 드라이스가 발명한 최초의 자전거 `달리는 기계`에 눈을 돌렸다. 전 세계를 휩쓴 자연재해가 자전거에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20세기 대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이란 `창조적 파괴`이며, 이는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최초의 자전거가 살아남은 이후 200년 동안 바퀴의 수와 크기가 개량되고, 목재와 그 속에서 고무 타이어로 바뀌며 단 한 순간도 퇴보하지 않고 발전해왔다. 이 과정 속에서 사람들의 욕망이 자전거에 투영됐고,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바꿔놓기도 했다.

19세기 후반, 여성들은 자전거를 `자유의 기계`라고 불렀다. 자전거를 움직이려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노인이든 젊은이든 누구나 공평하게 온전히 자기 힘을 들여야 한다. 억압받던 여성들은 허리를 꽉 조이는 코르셋처럼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자전거에 올라타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해방감을 느꼈다.

자전거의 등장은 도로에서 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말을 기르고 관리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었다. 말을 기르는 데 드는 돈이 당시 런던에서 집 한 채를 너끈히 살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말을 사육하거나 팔고 사는 사람, 마차를 제작하거나 삯마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전거 안장 생산으로 업종을 전환했고, 더 이상 말을 관리할 필요가 없게 된 부잣집에서는 하인 수를 줄이는 바람에 그들 역시 새 직업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저자는 당시 신문과 잡지에 실린 기사, 광고 전단지, 사진과 삽화 자료 등을 활용해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자전거는 사람들의 어떤 욕망을 자극했는지, 그럼으로써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당시 사람들 속에 깊이 파고들어 살펴본다.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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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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