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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건축] 격(格)이 있는 건축

2019-07-10기사 편집 2019-07-10 09: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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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格)'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어떤 사람의 태도나 매무새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 흔히 '격에 맞지 않는데'라거나 '격이 떨어지는데'라고들 하면서 쓰는 말이다. 표준 국어 대사전을 찾아보면, '격'은 여러 의미와 쓰임새가 있지만 그 가운데, 명사로 쓰이는 대표적인 의미가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로 설명되고 있다. 2017년 이맘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갈등의 본질은 '격'의 문제였다. 물론 그 드라마에서 '격'은 돈으로부터 비롯되는 천민자본주의적 시각의 산물에 불과했지만, 어떻든 간에 '격'의 차이는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축에 있어서도 '격'은 중요한 명제를 제기한다. '격'이 맞지 않는 건축물들은 공동체의 바람직한 발전에 장애 요인을 제공함은 물론, 건축 환경의 난개발을 야기하고, 경관을 저해하는 등,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한다. 과거 급속한 경제적 발전의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미처 '격'의 문제를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고, 그 여파는 여러 방면에서 많은 병리적 현상들을 노정(露呈)시켰으며, 현재 시점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한편에서는 개선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격'이 있는 건축은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정의 내려질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배려(配慮)의 건축', '맥락(脈絡)의 건축', '자족(自足)의 건축', '본질(本質)의 건축'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배려는 인간 생활의 기본이 되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에 있어서도 배려는 기본이 되는 디자인 고려사항이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배려는 우선 순위가 되기 어렵다. 내 건물이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우선이지 내 건물이 들어서면서 부족해지는 일조시간과 가려지는 조망은 그야말로 뒷집이라서 감당해야 할 몫이 될 뿐인 경우가 많다.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역시 법적 기준과 심의만 없다면,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사항이다. 그러나 배려가 없는 건축은 절대 격이 있는 건축이 될 수 없다. 남을 배려하지 못하면서 자신은 배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국 서로 핏대만 올리는 아수라장이 될 뿐이다.

맥락은 콘텍스트(context)의 우리말 표현으로 사전적으로는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축에서 맥락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나의 건축물이 서있는 땅의 전반적인 상황, 즉 자연환경과 지형, 기후 특성, 이웃한 건물의 규모와 형태 등 물리적 요인을 우선적으로 들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 동네의 역사와 성격, 그리고 경제적 특성 등 인문적 요인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맥락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건축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므로 많은 지역들이 지켜야 할 맥락이 왜곡되거나 깨뜨려지는 상황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총체적으로 지역의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족이란 스스로 넉넉함을 느끼는 것인데, 물질주의가 팽배한 현재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이야기가 '이왕이면 넓게' 혹은 '이왕이면 크게' 라고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넓게만, 크게만 짓는 것은 현명한 건축자의 태도가 아니다. 스스로의 격을 낮추는 행위이다. 예로부터 '고대광실(高大廣室)'이란 말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적이 많지 않았다.

본질을 건축에서 이야기한다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특히 생각해 볼 것은 건축물의 의장과 재료이다. 주변의 건축물들을 돌아 보면 기능과 관계 없이, 고전적 모티브의 모방을 하면서 어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거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근 유행하는 건축 스타일을 복제하는 경우들이 왕왕 있는데 정말 격이 떨어지는 결과들을 보여줄 뿐이다. 건축물의 본질에 정직한 접근을 하는 건축이 격이 있는 건축이라 할 수 있다.

'격'이라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에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이지만 돈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제는 근시안적인 안목에서 벗어나 '격이 있는, 아름다운 삶을 우리의 건축을 통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실현해보자.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사)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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