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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

2019-07-10기사 편집 2019-07-10 09: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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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우수의 매듭"과 비정규직 제로(O)화





약 2300년전 알렉산드로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 전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현상에서는 전설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면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매듭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정규직 제로라는 실낱 같은 희망에 2년 넘게 기다려온 노동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합원 5만 3천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위 속에서 퍼진 외침이다. 4일 7시30분 부터서울 톨게이트 에서 일부 요금수납원들이"청와대는 각성하라"라며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막고 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한 때 도로가 마비되기도 하였다. 한편 아이들이 점심 식사 대신에 빵과 우유로 때웠다. 학교의 급식 조리원 파업 때문이다.

이런 공공부문의 동시 다발적인 파업과 묻지마 정규직화 요구는 문재인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즉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공공부분에서 좋은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 된다"고 하였다. 이는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취임 첫 공식 외부 행사인 "대통령이 찾아 갑니다"라는 이벤트 자리에서 밝힌 것이다. '비정규 제로(0)시대'를 만들겠다는 공약의 일환이다. 허나 복잡한 세상일을 나이브하게도 선악의 이분법으로 접근하면서 일들이 어긋나기 시작하였다.

공적 조직은 공적서비스를 최우선하고 필요 최소 범위의 조직으로 운영 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공공부문을 일자리 만들기 수단으로 삼는 다는 것은 기본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공공부문이 비대화되고 민간영역의 축소와 국민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민주국가에서는 극도로 절제하는 방식이다. 오히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전체주의적 체제나 공적 영역의 확대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선호한다. 즉 권력을 독점한 소수가 자신들의 무오류를 전제로 "어리석은 민중은 나를 따르라", "우리가 다 알아서 잘해준다" 라는 사고의 기저가 작동하는 극우나 극좌의 정권에서 가능하다. 히틀러의 나치스, 김정은의 절대 유일체제, 차베스와 페론의 포퓰리즘주의가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와 국민의 상황은 역사가 잘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일자리를 획일적으로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구분 짓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것은 조선시대의 사농공상에 의하여 신분의 귀천을 가리는 새로운 버전이다. 또한 나쁜 일자리가 비정규직이고 좋은 일자리가 정규직을 전제한 것이라면 말로 수많은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는 장, 단기 계약직, 알바, 특수직 등의 많은 종사자들이 필요에 의하여 기꺼이 일을 한다. 그런데 이들의 일자리가 정규직이 아니란 이유로 나쁜 일자리라 매도당하는 것은 심각한 노동권의 침해 이다. 사실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 운운하는 것 자체가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매듭을 더욱 꼬이게 할뿐이다. 수많은 일자리가 좋고 나쁨을 떠나 시장의 필요로 생성 소멸될 뿐이다. 그리고 좋든 나쁘든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여야 세상이 돌아간다.

이런 보편적 이치를 망각하고 일자리를 위한 공공부분 확대 와 비정규직을 나쁜 일자리로 일도양단하는 몽매함에 오늘의 혼란을 자초 한 것이다. 소위 비정규직 문제는 IMF 이후 시장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행태이고 확대 지속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장경제에서 필연인 비정규직을 제로(o)화 한다는 것은 "고르디우스의 매듭"를 끊는 것 일진데 이는 곧 개벽이며 새판의 깔림이다. 단임 대통령으로서 또한 우리라는 일부 집단의 권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제 어리석은 선의와 정치적 수사에 의하여 만들어진 희망 고문과 사회적 갈등을 하루빨리 멈추게 하여야 한다. 그 대안은 집권세력의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며 어렵지만 거대노조의 기득 권력 양보와 기업 간 또는 직무 간 차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고 미래 시대를 대비한 비정규직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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