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부터 7일까지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가 대전컨벤션센터와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렸다. 박람회는 여러 섹션으로 나누어 사회적 기업들과 그들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상품들 중 하나는 한 스타트업 회사가 제품으로 내놓은 수저와 포크들이다. 헤드는 스테인리스인데 손잡이를 그립감이 좋은 하드우드로 만들었다. 손잡이 모양은 보통의 사이즈보다 커다랗거나 울퉁불퉁하기도 한 기묘하여 예술적인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식기지만 장애인 전용의 느낌을 없애고자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설계된 것이었다. 회사의 이름 `공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와 닿았다. 이 사회적 기업의 상품은 문득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덴마크 출신의 작가 아거스 욘을 떠올리게 한다. 욘의 예술세계를 아시아 최초로 조명하고 있는 전시 `대안적 언어-아거슨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이, 그는 소비자본주의의 대안이 되는 제3의 사회형태를 추구하였다. 1948년에 결성된 코브라(CoBrA; 코펜하게, 브뤼셀, 암스테르담을 합친 용어)의 창립멤버였던 욘은 유럽미술의 고루한 엘리트주의적 미술전통에서 벗어나 대중의 창조적 잠재력을 일깨우는 미술, 어린이나 정신질환자의 그림과 낙서까지도 미술로 수용하고 원시시대 및 민족미술에서도 영감을 얻으려 하였다. 예술이 지위나 인종 혹은 지식과 상관없이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 욘은 1957년 동료들과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그룹을 결성하여 산업화된 도시에서 상품광고의 구경꾼이 되어버린 대중을 해방시키는 예술작업들을 실행하고자 했다. 전시장에는 욘이 고안해 낸 `삼면축구`장이 보인다. 세 팀이 경기를 진행하여 실점을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이 경기는 일대일의 승패게임이 아닌 세 팀이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뤄야 승자가 나오는 게임방식을 취한다. 당시 냉전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 제3의 대안의 길을 찾았던 욘다운 작업이다. 욘은 반자본주의를 표방하는 급진성을 취하긴 하지만, 취약계층의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제공 등 비영리와 영리 사이 중간의 길을 찾는 사회적 기업가들처럼 현재의 상황을 전환하여 부단히 사회적 `공생`의 길을 찾고자 한 점에서 그들과 공통점을 갖는다.

유현주 미술평론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