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말하지 않는 것들` 2006년 일본 요미우리 신문사의 치매케어 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책의 제목이다.

필자는 이 책이 출간된 즈음 고령친화사업단에서 노인복지팀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보건 의료 현장에서 노인을 포함한 돌봄 대상자들이 다른 사람의 존중과 배려에 기대어 말하지 않는 것 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일상에서 존엄을 생각하는 케어에 대한 내용이었다. 노인이 늙고 병들어 누워 있어도, 몸이 쇠약해 먹고 씻는 일에 도움이 필요할 때, 조절되지 않는 배뇨·배변, 불안한 기분일 때 그들의 활동을 돕는 게 `존엄을 생각하는 케어`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를 도울 때 그를 인격적 존재로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 Mebrabian(1971)은 의사소통에서 메시지의 의미전달은 55%가 비언어적 행동을 통해서 전달된다고 했다.

그만큼 노인의 감정은 얼굴표정, 시선, 자세, 분위기, 공간적 거리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되는데, 이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노인이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자신의 증상이나 어려움을 줄여서 표현하거나 쉽게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실린 단편 중에도 노인들이 사회에서 역할을 인정받고 존중을 원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시간의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존엄을 생각하는 돌봄이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충분히 듣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살핌의 개념을 최초로 정의한 마이어오프(Milton Mayeroff)는 돌봄과 보살핌의 효과를 설명하고 이는 곧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임을 강조했다.

다른 사람을 돌보고 보살 피는 것, 그 중심은 바로 사람인 것이다.

간호 이론가였던 나이팅게일은 관찰력을 중요시했다. 잘 살피고 관찰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기초가 되고 통찰을 기르는 힘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세심하게 주변까지 잘 살피는 노력은 그 자체가 돌봄 행위라는 것이다.

요즘 취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 중에 응급실을 지원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응급실은 그 어느 곳보다도 돌봄과 보살핌이 신속하고 세심하게 요구되는 곳이다.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는 증상의 경중을 떠나서 모두 자신이 응급 환자라고 느낀다. 이는 당연하다.

응급실에서는 환자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겨를이 없을 만큼 긴급하다. 얼굴보다는 손상과 상처부위에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환자의 눈을 보고 마음을 읽고, 질병을 바라보면 환자를 인격적으로 잘 살피게 된다. 응급 상황에서도 존중과 배려가 있는 돌봄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대하는 노인을 비롯한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인격으로 대하고 존중한다면, 말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잘 살피고 알아차리는 통찰력이 발휘돼 존엄이 지켜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문숙 건양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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