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숙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래간호팀장.
오숙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래간호팀장.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 입사해 내과계 병동에서 근무 후 당뇨병 교육 간호사로 활동한지 어느 덧 16년이 됐다.

당뇨병학회 충청지회에서는 당뇨병 환우 및 가족과 함께하는 당뇨캠프인 `행복충전 당뇨캠프`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당뇨캠프는 대전, 세종, 충남, 충북지역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내분비내과 의사, 당뇨병 교육 간호사, 당뇨병 교육영양사가 2박 3일 동안 당뇨병 환우 및 가족에게 교육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프로그램이다.

2012년 캠프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매번 대전·충청권에서 실시하다 그 해는 처음으로 타 지역인 경기도 용인에서 캠프를 실시했다.

캠프 준비를 위해 선발대로 미리 출발해 프로그램을 게시하고, 참석자들에게 배부할 자료도 준비했다. 캠프 시간에 맞춰 80여 명의 당뇨병 환우 및 가족들이 도착했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순서에 따라 의사, 영양사, 간호사의 교육을 차례대로 받는다. 그런데 간호사의 이론 강의 후 혈당 측정을 하는 실습시간에 갑자기 주변이 소란해졌다.

60대 중반의 환우 한분이 의식을 잃은 것처럼 축 쳐져 있던 것이다. 옆에 의료진이 곧바로 환우를 긴 소파에 뉘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환우가 의식을 잃으면서 경련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갑자기 막막했다. 병원에서처럼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 아니어서 그 순간은 정말 난감했다.

캠프 준비위원으로서 이 환우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걱정이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병원에서 하는 것처럼 활력징후를 체크하고, 수액을 처방에 따라 주사했다.

그 환우가 다니는 병원 간호사에게 환우의 병력에 대해 확인해 보니 평소 술을 좋아하고, 간도 안 좋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환우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는데 다행히 환우는 의식이 돌아와서 대화도 가능해졌다. 의료진 한명이 수액을 들고 서 있었다.

계속 그렇게 서 있게 할 수도 없었기에 고심하던 차에 목에 걸고 있던 명찰 목걸이를 빼서 옆에 있던 옷걸이에 연결했다.

이것을 지켜보던 주변의 전공의들이 `오~`라고 감탄해 주어서 나도 모르게 우쭐해졌다.

함께 있었던 모든 의료인들은 속으로 안도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여유가 생긴 듯 보였다.

환우의 상태가 조금 좋아져서 물어보니 캠프에 출발하기 전날까지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줬더니 미안해하는 모습이었다. 건강을 위해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도록 강조했다.

얼마 전 그 병원 선배간호사에게 그 환우의 안부를 물었더니 병원에 잘 다니고 있고, 술도 마시지 않는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2박 3일 캠프 첫날부터 응급 상황이 발생해 걱정했지만 더 이상 다른 응급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참석자들 모두 건강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했다.

캠프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은 캠프를 위해 2-3달 정도 준비한다. 준비할 때는 어렵지만 캠프 마지막 날 환우분들이 많은 것을 배워간다며 감사의 표현을 할 때 언제 그랬냐는 듯 피곤이 싹 풀리면서 뿌듯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워진다.

당뇨 환우들이 교육을 받고도 자기 관리를 잘 하지 못해 합병증으로 내원하면 의료진들은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 건강한 생활을 하는 환우들을 보면 배울 점도 많고 나의 생활을 반성하게 된다.

또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힐링이 되기도 한다. 2012년 그 해의 당뇨캠프는 어느 해의 캠프보다 더욱 보람 있고, 뜻 깊은 캠프로 나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오숙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래간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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