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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정치가 '닫힌 사회'로 이끌어서야

2019-07-05기사 편집 2019-07-05 0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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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앞두고 보수-진보 갈등 첨예… 극단적 흑백논리· 상대 진영 '낙인찍기'

첨부사진1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요즘 들어 자주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선거의 다수결 원칙이 과연 민주적인가? 라고 자문도 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무지몽매한 군중들의 중우(衆愚) 정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유와 평등을 넘어 방종과 무절제가 판을 치는 당시의 그리스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플라톤은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는 이른바 4개의 덕, 즉 4 주덕(主德)이 이상적인 국가의 중요한 토대로 봤다. 절제할 줄 아는 자는 경제, 용기 있는 자는 군사, 지혜로운 자는 정치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지혜로운 자가 바로 철학자이며, 이들이 다스리는 철인(哲人) 정치를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고 생각했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로 정의된다. 하지만 요즘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체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주범(?)이 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엠블럼에는 하얀 방패 안에 사자 세 마리와 장미 열 송이가 그려져 있다. 장미는 잉글랜드 튜더 왕조의 상징으로 바깥 부분은 붉지만 안쪽은 흰색으로 돼 있다. 튜더 왕조는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이 잉글랜드 왕권을 두고 벌인 30년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 이후에 성립된 왕조다. 전쟁에서 승리한 랭커스터 가문의 문장(紋章)은 빨간 장미, 요크가의 문장은 흰 장미였다. 장미전쟁에 진절머리를 느낀 헨리 7세는 화합을 위해 요크 가문의 딸 엘리자베스를 왕후로 맞아들였으며 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 합쳐 튜더 왕조의 새로운 문장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붉은 장미와 흰 장미는 화합을 상징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상대 진영의 '낙인찍기'와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증폭시키며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오직 '동지'와 '적'만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 자신들의 생각은 언제나 옳고, 자신들과 다른 생각은 무조건 옳지 않다는 극단적인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는 유연성을 잃은 '닫힌 사회', 전체주의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비판을 허용하는 열린 사회는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엇갈리는 목표들이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는 다원적인 사회"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닫힌 사회에서 벗어나 개인주의를 존중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이 보장되는 '열린 사회'로 나아갈 것"을 주장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존재감을 부각하는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켜 중도층의 정치 무관심을 유도하고 지지층만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자신들의 세력을 집결시키고 결국 '내 편' 혹은 '자기 식구'만 감싸게 되는 폐단을 낳게 된다. 전 정권, 현 정권 예외 없이 청와대 및 공기업 인사와 내각 개편 때마다 '회전문 인사',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야 정치권은 벌써부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올인'하는 모습이다. 총선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이는 대중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의 팽배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그동안 선거가 아무리 민주적인 절차라고 해도 반드시 선량이 뽑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해 왔다. 그렇다고 정치 무관심과 혐오로 선거를 외면하게 되면 반드시 그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충고가 자칫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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