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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말하라] 때와 곳에 맞는 조언은 칭찬보다 강력하다

2019-07-04기사 편집 2019-07-04 08: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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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 조언, 책선(責善). 잘못을 지적하고 좋은 일을 권하는 말이다. 주기 어렵고, 받아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그 때문에 관계가 끊어질 위험이 있다. 예로부터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 간에 해서는 안 되고 절교가 가능한 벗 사이에서나 해야 했다. 상처가 생길까 모두가 주저한다.

잘 주고받은 조언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꾸면 서로에게 득이다. 글을 읽다 보면 본받고 싶은 사례가 적지 않다. 58세의 퇴계 이황과 32세의 고봉 기대승이 13년간 편지로 학문적 논쟁과 조언을 주고받았다. 조언과 교류는 시대를 뛰어넘어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란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율곡과 퇴계의 학문적 교류도 편지로 질문하고 답한다. 그들의 학문적 성취에 책선이 있었다.

부모와 자녀의 생각 차이는 인류사에서 반복된 일이다. 부모 속을 썩이거나, 다행히 자녀가 바르게 컸지만, 원칙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에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찌할까?'를 걱정하기도 한다.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고 자녀와 생각을 나누고, 조언하는 방법을 익히면 어떨까.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인생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 어떤 조언이 좋을까? 시간에 관한 조언은 세네카의 행복론 <인생이 왜 짧은가>에서 배우자. 인생의 길이는 햇수가 아니라 얼마나 유용하게 시간을 사용하느냐로 봐야 한다.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우리가 사는 것은 인생의 일부분이다. 나머지는 인생이 아니라 그저 시간일 따름이다. 사람들은 재산을 지킬 때는 인색하면서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는 너그럽다. 시간에 관한 한 탐욕은 정당하다.

관계 맺음과 끊음에 관해서라면, 이진경의 <불교를 철학하다>에서 '연기적 사유'의 살펴보자. 좋아했던 남자의 변심을 원망하고 안타까워하고 붙잡아 두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연기(緣起)'를 받아들이지 못해서다. 연기가 무엇인가? 어떤 조건에 연하여 일어남이고, 어떤 조건에 기대어 존재함이다. 그 조건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음, 사라짐이다. 연기적 사유를 이해하면, 막혔던 가슴이 터지고, 답답함이 사라지며 '아! 그래,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실체 같은 건 없다. 연기적 사유는 동일한 것조차 조건에 따라 본성이 달라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혼 초 남편과 아내의 생각과 행동이 10년, 20년 후에 같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자녀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 받는다면, 17세기 철학자이자 예수회 신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을 만나보자.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은 독서로 만날 수 있는 조언 중에 가장 솔직담백하다.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오늘을 망친다. 꽃길도 가시밭길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겉모습에 속지 마라. 와인병의 상표를 바꿔 붙이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적게 노력하고 많이 얻는 방법은 그저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고생과 노력의 티를 과하게 내는 사람은 존경받기 어렵다. 결점을 지적하고 약점을 들쑤셔봤자 내게 땡전 한 푼 돌아오지 않는다. 세상의 평판을 너무 얕보지 마라. 근거 없는 소문이 신용을 좌우한다."

때와 곳에 맞는 조언은 칭찬보다 강력하다.

잘못을 지적하고 좋은 일을 권하려면 의도가 선하고 진실하며 거칠지 않아야 한다.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성숙함의 증거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사양할 일이 결코 아니다. 나를 둘러싼 보호막을 조금씩 걷어 내자. 조언을 주고받는 사회가 열린 사회다. 한두 번 조언으로 삶이 변화할 수 있다면 천금만큼의 가치가 있다.

북칼럼니스트 노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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