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인구가 향후 30년 동안 점진적으로 감소해 2047년에는 130만 명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뉴스거리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그동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심각성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예산과 수 많은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0.98명까지 하락했으며 일부 지자체는 인구감소를 넘어 소멸을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인구문제는 잠재성장률 저하 등 경제학적 문제를 넘어 노후소득보장, 의료비 증가 등 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서 `복지국가의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일상적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우리는 호의적이지 못한 현실에 살고 있다. 2016년 세후 지니계수가 0.355에 이를 정도로 불평등이 심하다. 2017년(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15.7%로 이르렀으며, 노후 빈곤율은 46.1%로 OECD 국가 중 최상이다. 또 노인자살율은 10만 명당 54.8명으로 최악이다. 여기에 가족해체로 인한 한부모 가족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노인학대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회조사보고서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깊어가는 사회불평등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문제가 자연스럽게 사회문제로 파생되고 있다. 흡사 1990년 대 말 외환위기 시절의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다.

복지국가의 목표에 대한 질문의 답은 `복지국가는 사회의 가장 근본제도인 가족을 지키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는 사회복지를 공부한다는 이유로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생활해 본 경험의 산물이다. 런던에서 6년간 생활하면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선진복지제도를 지켜보고, 미국에서 1년 정도 머무르면서 불평등한 사회가 지속되는 묘수가 무언가를 고민한 끝에 얻은 필자만의 결론이다. 유럽의 복지국가에서는 미국과 달리 가족이 위기에 직면해도 해체까지 이르는 경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족은 사회를 유지시키는 핵심 제도 중 하나다. 출산을 통해 사회성원을 재생산하고, 기본적 사회규범을 교육하는 사회화의 최전선이다. 또 가족은 경제적 생산의 가장 기본적 단위이자 성원을 보호하고 사랑과 애정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장(場)이다. 매슬로(Maslow)는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하고, 정점에 `자아실현`을 위치시켰다. 그리고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의·식·주 등 생물학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등 하위 욕구가 먼저 충족돼야 한다. 이런 것들이 가족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의 고유기능이 이와 연관돼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복지국가는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직접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며 개인의 선택과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아실현이 가능하도록 하위욕구의 충족 조건을 만드는 것이 복지국가의 역할이다.

결국 복지정책의 성공여부는 가족제도를 지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이는 단순히 가족이 해체되는 것을 막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가족이 구성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고, 약해진 기능을 강화시키는 정책들을 필요로 한다. 가족이 다시 건강해진다면, 지금껏 난제로 남아 있는 상당수의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 등 말이다. 생각보다 많은 문제와 질문이 집중되는 수렴의 끝에 가족이 있다.

가족을 강화하는 것이 복지정책 성공의 유일한 열쇠는 아니다. 불평등, 노동시장 등 가족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다. 또 가족의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정부의 책임이 약화된다. 우리사회에서 정부의 낮은 복지책임이 가족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기인한다는 비판적 지적이 있다. 이에 반해 한국사회가 정부의 낮은 복지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이나마 복지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가족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족제도를 강화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복지난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퍼즐조각임은 확실하다. 박순우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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