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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노동과 경제문제 소설에 담다

2019-07-03기사 편집 2019-07-03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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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장강명 지음/ 민음사/ 384쪽/ 1만 4000원

첨부사진1산 자들

이 책은 작가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한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 소설이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들은 각각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총 3부로 구분돼 현실적이면서도 재치있게 한낮의 노동을 그린다.

이 책은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과 그러한 현실을 빚어내는 경제 구조를 동시에 보여준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등 한 시대 서민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다룬 연작소설의 전통을 잇는다.

과거의 현실 참여적 소설들에 저항해야 할 대상이 분명히 있었다면 현대의 소설들에는 저항해야 할 대상이 분명치 않다. 이론과 합리주의의 탈을 쓰고 곳곳에 숨어든 적을 식별하기란 어려운 일이 됐다.

제목인 '산 자들'은 수록작 중 '공장 밖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파업 중인 공장 옥상에 현수막이 걸려있고, 현수막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해고당한 사람들은 '죽은 자'이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산 자'인 셈이다.

그러나 '산 자들' 역시 괴롭긴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억압 구조에 사로잡혀 몸과 마음 모두 옴짝달싹 못한 채 그저 살아만 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구조 안에서 가해자나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는 양상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심각하고 처연한 문제지만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식은 외려 명쾌하고 가볍다.

부조리한 현실의 덫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풍자와 비애, 유머와 냉소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있다.

현실을 담아 당대 문제에 공감하게 만들면서도 한 걸음 뒤에서 소설의 주제를 관망하며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사안을 다시 보게 만든다. 작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알바생 자르기'를 보면서는 '해고'가 만들어 낸 갈등의 현장을 직시하게 되고 여덟 편의 작품을 거쳐 마지막 작품인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에 이르러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산 자들'의 이 고단하고 지난한 여정 위에서 우리 삶은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직면하고 돌아보는 사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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