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속한 인문학모임에서 누군가가 농담으로 우리의 강연을 유튜브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최근의 유튜브라는 현상을 알면 이러한 제안은 곧 사업콘텐츠와 연결될 수도 있음을 알기란 어렵지 않다. 실로 사람들이 SNS로 주고받는 데이터들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생산물들이 전 세계 대중의 눈과 귀를 매일같이 사로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설이 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랬던 것처럼, 전 세계의 BTS팬들을 집결시킬 뿐 아니라, 미국의 슈퍼볼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최고의 광고, 할리우드와 인도의 발리우드 등 지구촌 최대의 영화산업, 문화, 지식의 콘텐츠가 몰려드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유튜브의 CBO(chief business officer)인 로버트 킨술과 공저자인 페이반이 `유튜브 레볼루션:혁명은 시작됐다`라는 책에서 "유튜브의 무한한 잠재력,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접근성, 국제적 입지를 새삼 발견했고 이 플랫폼이 곧 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 것은 `팩트`이며 나아가 예술의 현장에도 파고들고 있다. 최근 필자가 관심 있게 보았던 전시들, 예컨대 더블네거티브: 화이트큐브에서 넷플릭스까지(아르코미술관, 2018)미디어시티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 2018), 불온한 데이터(국립현대미술관, 2019 현재)전에서만 보더라도 유튜브 자체가 예술가들의 작업 도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는 혹은 유통되는 사회적 현상까지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전시들은 크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전개되는 현재의 예술전시의 두 계곡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중의 하나인 유튜브에서 과거의 사건과 뉴스가 편집되거나 새로운 뉴스(팩트와 픽션이 합성된 팩션으로서의 예술)가 창조되기도 한다. 한편 유사한 맥락에서, 현재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가 주최하는 교육프로그램인 `시민큐레이팅: 도시의 파수꾼`도 강연과 워크숍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도시재생과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기획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930년대 발터 벤야민이 예견했듯이, 기술이 삶의 조건이 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 "생산자로서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지식정보와 탄탄한 교육만 뒷받침된다면 바로 지금 이곳에서 유튜버들과 시민큐레이터들의 생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면!

미술평론가 유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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