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프랑스 학회를 갔을 때였다. 기숙사에 머무르게 됐는데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개인 방에는 세면에 쓰는 것과 같은 도자기 형태의 물건이 있었다. 변기같이 생긴 이 물건에는 물을 뿜는 구멍 뚫린 굵은 막대기가 달려있었다. 변기로 쓰기에는 물내려가는 구멍이 애매해서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쪼그리고 앉아서 소변을 볼 수는 있었겠지만 그 자세도 찝찝하기는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것은 비데였다.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데 비데는 개인별로 각 방에 넣어 줬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기숙사 공용화장실에 가보니 양변기에 플라스틱 덮개가 없었다. 보통 한국에서는 양변기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둥그렇고 가운데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이 붙어있는데, 프랑스 기숙사에는 그게 없었던 것이다. 변기의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일을 치러야 했다. 개인 방에 비데 넣을 돈 있으면 여기에 플라스틱 변기덮개나 넣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독일은 남자화장실 소변대가 높다. 남자들은 소변기가 따로 있어서 소변만 볼 때는 소변기를 이용한다. 소변을 보면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소변기도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어린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에 붙어있는 형태부터 적당한 위치까지 높이 달린 형태가 있다. 소변기가 바닥에 붙어 있으면 어린이들이 소변볼 때 편리하지만 어른들은 발사경로가 길어지는 관계로 소변이 주변으로 튈 우려가 있다. 소변이 튀면 위생상 좋지도 않고 청소도 어렵다. 청소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소변기를 높게 달기도 하는데 문제는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높다는 것이다. 다리가 긴 친구는 상관이 없는데 다리가 짧은 친구들은 까치발을 들고 소변을 봐야만 했다.

소변기에서 튀는 걸 방지하는 방법으로 소변기 중심부에 파리를 그려 놓는 방법도 있다. 남자들은 사냥본능이 있는지 소변줄기로 이 파리를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변이 주변으로 훨씬 덜 튄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이를 반영, 최근에는 애초에 파리그림이 그려진 채로 소변기가 보급된다. 과거에 만들어진 소변기에는 파리 그림이 없으니,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불꽃 스티커를 만들어서 소변기 중심부에 붙여놓으면 파리그림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화재예방 포스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많은 소변기 중심부에 불꽃 스티커가 붙여졌고, 남성들은 호응하여 불을 열심히 껐다. 여러 명이 열심히 불꽃 스티커에 방사를 한 결과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났는데 스티커 끈기가 약해져서 들떠 일어난 것이다. 착 붙여져 있는 스티커가 아니고 들떠 있으니, 거기를 겨냥하여 방사할 경우에 소변이 사방으로 튄다. 주변 바닥뿐 아니라 방사를 하고 있는 남성의 바지에도 튀었다. 만들어 놓기만 하고, 유지보수를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친구가 중국에 있는 어떤 기차역 화장실에 대변을 보러 갔다가 놀라운 일을 겪었다고 한다. 대변보는 곳에 칸막이가 있고 쪼그려 앉아서 도랑 같은 곳에 일을 본 것이다. 도랑에는 물이 흘러가고 있어서 대변을 보면 대변이 그 물을 따라 흘러간다. 그렇게 일을 보고 있는데 흘러내려오는 물에 무엇인가 떠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대변이었다고 한다. 앞에 칸막이에 앉아 있던 사람의 대변이 내 쪽으로 흘러와서 나를 지나 내 뒤 칸에 있는 사람에게로 흘러가는 구조였다. 시골역에 가면 칸막이도 없어서 옆에 앉아서 두런두런 얘기하면서 대변을 본다고 하니 매우 민망한 상황일 수 있다.

중국인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변보면서 옆 사람과 대하를 나누는 것이 문명화되지 못했다면서 매우 부끄러워했다. 대부분 이런 경험이 없기에 민망하기는 할 테지만 상황에 따라 발생한 문화일 뿐이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화는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다양한 화장실문화를 통해 문화상대주의를 이해하면 좋겠다.

최용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보전산실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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