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들과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순간 당황한 적이 있다. 아들에게 줄 햄버거와 음료를 주문하려 했더니 주문은 무인시스템기를 통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인시스템을 처음 써보는 것이라 조금 헛갈리기는 했지만 나름 내가 원하던 것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문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원 감축 여파인지 4차산업혁명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많은 음식점들이나 패스트푸드점들이 무인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효율적인 인건비 절감은 물론 불필요한 고객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라 생각된다.

최근 은행도 음식점에서 무인시스템을 도입한 것처럼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서비스 앱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1대만 있으면 은행원을 거치지 않고도 계좌 개설은 물론 상품 가입, 계좌이체 등 80% 이상의 은행 업무가 가능한 시대이다. 정말 격세지감을 몸소 느끼게 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공과금 마감날이나 월말이 다가오면 출근하기가 두렵기까지 했다. 몰려드는 손님에 점심식사를 거르는 것은 당연지사고 영업장 문을 닫고도 한참의 마감 작업을 끝내고 한밤중에 퇴근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줄어들었다. 굳이 은행을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면 웬만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대다수가 스마트폰 이용이 자유롭지 않은 고령의 고객들이거나 스마트폰으로 처리되지 않는 분실, 재발급, 카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다.

미래학자들 대다수가 10년 후 없어질 직업 상위권에 은행원이 꼭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디지털 금융과 4차산업혁명에 의해 은행원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처럼 오프라인 영업점과 은행원 없이 비대면 채널을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확산되고 있는 등 점점 은행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 오피마스는 핀테크(Fintech) 진화로 2025년까지 전 세계의 은행원 23만 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관측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래에도 은행과 은행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단, 전통적인 의미의 은행, 은행원과는 다소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전화교환원이나 버스안내양처럼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직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은행과 은행원의 의미를 재 정립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종윤 남대전농협 느리울지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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