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이 시작되었던 칼럼이 벌써 마지막회가 되었다. 야심차게 음악이 도대체 무엇인지 파헤쳐보고자 했던 글들은 결과적으로 일반인들이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그 언저리만 조금 건드려본 형국이 되었다. 그래도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음악의 본질에 다소라도 다가갈 수 있었다면 더 할 수 없는 보람이 아닐까 한다.

요즘 우리시대에 많이 들려지는 다양한 음악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음악을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았고 약간 주제에서 벗어났지만 대중음악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대중음악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재즈음악의 중심요소들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왕 시작했으니 마지막으로 재즈가 다른 음악과 대별되는 특징들을 살펴보고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한다.

재즈는 인류최초로 현대적 의미의 밴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록, 팝, 힙합 등 그 어떤 대중음악도 나타나지 않을 때 재즈는 인류에게 밴드라는 새로운 실내악을 선사한다. 그 주인공은 앞서 말했던 ODJB 인 것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재즈는 즉흥연주가 생명인 음악이다.

클래식음악은 연주되는 모든 소리가 모두 기보되어 있다. 그 소리들이 하나라도 틀리면 그것은 틀린 연주가 되지만 재즈는 주어진 화성의 태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일종의 실시간 작곡행위(Real Time Composition)인데 연주를 하면서 동시에 작곡을 하는 행위인 것이다. 말하자면 연주와 작곡이 동시에 일어나는 유일한 음악이다.

다음으로 스윙(Swing) 리듬을 들 수 있다.

스윙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려면 미국의 재즈 가수·피아니스트인 냇 킹 콜(Nat King Cole ·1919-1965)이 불러서 유명해진 `L·O·V·E`라는 곡을 들어보면서 그 리듬을 따라 몸을 움직이거나 멜로디를 흥얼거려보면 좋다.

스윙이란 말처럼 흔들흔들 거리는 리듬은 사실 한국 민요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3박자의 리듬이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처럼 고착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매우 유연하고 변화무쌍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스윙리듬의 생명은 바로 신코페이션에 있는데 첫 박에 강세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어서 나오는 두 번째 박에 힘을 주어야 한다. 어떤 음악이든 이러한 스윙이 가미되면 즉각적으로 재즈처럼 들리기 시작할 정도로 재즈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생각처럼 이 리듬을 구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필자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살아있는 스윙리듬의 공부를 위해 미국을 여행하거나 유학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재즈는 소위 텐션(Tension) 이라고 부르는 화성기법이 있다.

물론 이것이 재즈 음악가들에 의해 먼저 고안된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와 라벨은 이 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사람들인데 기존의 화음에 보다 많은 소리들을 순차적으로 쌓아올려 그 색채감을 화려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여기에 C 코드(도-미-솔)가 있다고 하자. 기존의 화음 위에 시, 레, 파, 심지어 라까지 부가하면 화음은 보다 화려하고 달콤해 진다. 이러한 기법을 드뷔시는 부가음(Added Notes)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사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하나의 형태 위에 여러 가지 색을 덧칠하고 덧칠하여 보다 화려하고 모호한 색채와 형태를 만들어 냈던 것에 착안하였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것이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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