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조정래 지음/해냄/1권 416쪽·2권 408쪽·3권 404쪽/ 각권 1만 4800원
한편, 장우진이 취재 중인 성화 그룹 비자금 사건이 기사화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취재 사실을 알아챈 성화 그룹 창조개발실은 기사화를 무산시키고자 장우진 주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긴밀하게 로비를 진행한다. 장우진을 초등학교 때 만나 첫사랑으로 결혼에 이른 이유영에게도 예외는 없다. 19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에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연락 한 번 없던 친구가 느닷없이 찾아오고, 취재를 막아주면 한 해 20억은 충분히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회유한다. 성화 그룹 창조개발실 한인규 사장은 윤현기가 고향 후배인 고석민과 연락을 하는 사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만약 고석민을 시켜 장우진의 취재를 막는다면, 다음 선거의 비용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한다. 예상치 못한 횡재 앞에서 윤현기는 마음이 급히 동하는데….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500만 독자들에게 우리 역사의 참모습을 소설로 알린 조정래 작가가 신작 `천년의 질문`을 출간했다.
`국가란 무엇인가`. 조 작가는 기본적이고도 치열한 이 질문에 대한 뜨거운 응답을 던진다. 국가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 동서양의 연구서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국가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자 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직접 만나 심층적으로 취재함으로써 21세기 국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했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과 비자금 장부와 함께 행방이 묘연해진 대기업 사위를 쫓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소설은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본과 권력에 휘말려 욕망을 키워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월급 통장에 매달 `0원`을 찍으며 사건 취재에 고군분투하는 기자의 노력,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동료들이 낙엽 떨어지듯 일자리를 잃자 자신이 낳은 두 아이의 눈빛까지 무서워졌다는 만년 시간강사의 고뇌가 술회되는 동시에, 비자금 장부의 행방을 추적하는 재벌 그룹 구성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그려진다.
장편소설 `정글만리`와 `풀꽃도 꽃이다`를 3년 간격으로 발표한 작가가 어김없이 3년 만에 발표하는 이 작품은 그가 매일 11시간을 집필에 몰두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름이 인쇄된 원고지에 펜으로 힘 있게 써내려서 원고지 3612매를 완성했는데, 메모와 그림으로 채워진 취재노트만도 130여 권에 이른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플라톤이 경고한 것처럼 여전히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보고, 대답하는 것은 중요하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천 년에 거쳐 하나의 거대한 집단, 즉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물었을 법한 질문인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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