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 전, 강상우 개인전 '여자의 변신은 무죄'

`여자의 변신은 무죄` 전시사진.
`여자의 변신은 무죄` 전시사진.
△플래시백 전=27일부터 7월 6일까지 재생공간 293

새로운 모습으로 빠르게 다시 태어나는 대전 소제동. 골목을 가로지르는 길은 전부 파헤쳐지고, 굉음을 내며 들어선 공사차량이 동네를 활보한다. 옛 것이 허물어지고 멀끔한 시설물이 들어설 때마다 동네 어르신들의 어린 시절은 지워져 간다.

소제창작촌은 오랫동안 문화예술의 중심 공간의 역할을 해왔던 소제동에서 `남아있는 것에 대한 예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27일부터 오는 7월 6일까지 `재생공간293`에서 프로젝트 기획전 `Flash Back`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신혜정, 이정민, 2창수 작가가 지난 봄 동안 소제동에 머물면서 바뀌어가는 지역의 풍경과 장소의 속성에 대해 관찰했다. 그 결과를 작품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재생시켜 내려는 시도다.

신혜정 작가는 소제동에서 인상 깊게 느껴졌던 장소를 미묘하면서도 섬뜩한 아름다운 설치작업 `31secret garden`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정민 작가는 소제동 아뜰리에 마당에서 직접 키운 식물을 유제로 사용하여 소제동 돌담에 핀 개복숭아꽃을 화폭에 담아 `화풍난양(和風暖陽)`을 선보인다. 서서히 상이 사라지게 될 화폭의 이미지는 소제동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2창수 작가는 소제동에서 태어난 병아리와 병아리를 위해 정성껏 지은 보금자리로 구성된 `소제동의 고향 분투기`를 통해 곧 허물어질 물리적인 공간 너머 거주에 관한 인간의 본성과 수구초심의 마음을 연상시킨다.

작가 이정민은 집집마다 앞마당에 자리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고풍스런 나무가 자리잡은 소제동을 보고 그가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회상했다.

이 작가는 "소제동의 변화는 후퇴가 아닌 생활환경 개선, 교통의 편리함, 사람들의 이익창출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옛 기억을 끄집어내 줄 수 있는 기억창고에 자물쇠를 꼭꼭 걸어 잠그고 녹이 슬고 부식되게 만든다"며 "이 기억들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닌 이곳 소제동에서 나고 자라 한 세기 가까이 머물고 있는 동네 어르신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소제동에서 고향을 떠올린 2창수 작가는 병아리에게 집을 지어줬다.

"소제동이 거대 자본에 의해 바뀌어 가는 지금의 모습을 보고 아쉬웠다"며 "어설프게 시작된 유정란을 통해 만들어진 메추라기와 병아리 부화 노력은 생명의 존귀함이 멀리 있지 않으며 일상에서도 충분히 자연의 이치를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작가는 "날이 어스름해지고 일터에서 삼삼오오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낮 동안 자고있던 소제동에도 불이 켜지고 텔레비전 소리가 들린다"며 "하나 둘씩 헐어져 없어져가는 동네에도 누군가 아직 남아있는,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데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소제동을 고향으로 두고 살아가는 이들이 팍팍하고 고단하지만 따뜻한 일상을 보냈을 장소. 작품들은 이곳에 살았을 누군가의 삶과 동네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현재의 삶을 이어가며 동네에 남아있는 개인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소제동을 비롯한 원도심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보고 지역공동체와 현재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예술의 가능성과 접점을 찾아보자.

△강상우 개인전 `여자의 변신은 무죄`=27일부터 7월 8일까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6기 입주예술가 강상우 개인전 `여자의 변신은 무죄(女子의 變身은 無罪)`를 6월 27일부터 7월 8일까지 개최한다.

강상우 작가는 `80년대 여성정장`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년 전 선보였던 `80년대 여성정장은 전투적이다`에 이은 작업이다.`80년대 여성패션`이미지의 조형적 해석을 표현했던 part 1 작업에서 나아가 당시의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 등을 사색한 작업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는 70년대 보급화된 주방 인테리어를 모티브로 `중성적이고 당당한 여성 이미지`의 선전 이면에 드리워진 전통적 여성의 현실이 암시된 설치작품과 80년대부터 현재까지 변화된 성 역할, 인식, 현상 등을 대비되는 시각적 이미지 연출과 오브제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시각예술가를 지원하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입주예술가로 선정된 미술작가들이 일정기간 머물며 작품 활동을 지원받고 있다. 강상우 개인전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의 올해 10개의 전시 중 4번째로 열리는 전시로, 내달 23일부터 29일까지 국외입주예술가 OUMA(Tomoko Omata/일본)의 세미오픈스튜디오 및 전시가 개최된다. 8월 8일부터 18일은 미디어 아티스트 안가영 개인전 등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매달 입주예술가들의 새로운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는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가능하다. 전시기간 중 휴관일은 없으며, 관람을 무료다. 단체관람 안내와 신청 등 전시 관련 사항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홈페이지(www.temi.or.kr)에서 확인 및 테미창작팀(☎042(253)9810)으로 문의하면 된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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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창수, 소제동의 고향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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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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