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안전관리와 함께 지역사회 상생 방안" 주문

대산산업단지에 위치한 메이저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산지역 유화 3사의 올 1분기 이익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지역 경기는 물론 우리나라 수출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메이저 석유화학업체들의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전년 보다 영업이익이 50% 이상, 한화토탈은 15%가 각각 감소했다. 이들 업체들의 매출액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줄어 들었다.

LG화학은 대산공장의 NCC 정기보수와 에너지저장장치(ECC) 화재사고에 대한 충당금 반영 등 내부적 요인이 있었지만, 대부분 석유화학사들은 1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유가상승과 제품 스프레드(마진) 축소를 들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경기는 지난 3년간 호황을 뒤로 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다운사이클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원가경쟁력이 높은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고, 중국은 주요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 증설을 통한 자급율 확대로 전세계 시장에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화기업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 또한 미국의 이란 제재 확대, 중동지역 정세 불안 고조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올 하반기에도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과는 달리 중국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는데다 미·중 무역분쟁도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여기다 호르무즈 해협 피격 사건으로 중동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가의 불확실성까지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산에 위치한 유화 3사의 하반기 전망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지난 6월 발생한 NCC공장 트러블로, 한화토탈은 파업과 유증기 유출사고에 따른 여파로 피해가 발생했으며, 롯데케미칼은 회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감소하면서 실적 개선이 요원한 실정이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수출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경기가 부진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수출산업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5월까지 수출액은 전년보다 7.4% 줄어든 2274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품목 중 일반기계와 자동차를 제외하고 모두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석유화학은 지난해 반도체와 일반기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500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며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했지만 올 들어 10.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밖으로는 공급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안으로는 화평법, 화관법 등 각종 규제 강화에 직면해 있다.

기업들은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강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의 영업기밀과도 같은 화학물질 성분정보가 공개되고, 설비조사를 목적으로 가동중인 공장의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등 기업경쟁력을 깎아내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화평법, 화관법은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목 생산업체에 악영향을 미치며 대한민국 수출전선의 악재가 되고 있다.

석유화학경기가 하락하면서 서산, 대산 등 지역경제에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많은 협력업체 및 거래처와 연결돼 있는 석유화학공장의 특성상 실적악화가 수많은 주변회사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안전이 우선 이지만 도를 넘은 기업 옥죄기는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경제에 예기치 못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철저한 안전관리와 더불어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은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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