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패권] 김성해 지음/ 민음사/ 1권 660쪽·2권 592쪽/ 1권 1만 8000원·2권 1만 7000원

지식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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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개봉한 영화 `트루먼 쇼`. 짐 캐리가 맡은 주인공 `트루먼`은 태어난 직후 방송국에 입양돼 결혼을 한 현재까지 자신이 극중 인물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간다. 그의 취향, 욕망, 인맥과 심지어 기억조차 제작자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 직장은 물론 그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은 세트장의 일부이며 아내 등 가족, 친구도 모두 배우다. 무려 5000대의 카메라가 그의 일상을 촬영한다.

쇼를 제작한 크리스토퍼는 `달에 있는 방`을 뜻하는 `루나룸`에서 지휘한다. 끝내 비상구로 향하는 트루먼을 향해 크리스토퍼는 "네가 속할 곳은 여기다. 바깥은 지옥이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쇼를 계속하자"고 설득한다.

저자는 `지식 패권` 핵심 주장과 이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극중 주인공 트루먼처럼 한국은 자율성을 한껏 누렸고 한미 관계는 `강압`이 아닌 `지발적 협력`이었다.

한국의 주류는 현 상황을 보기 드문 `상생관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의 운명이 위태롭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생존이 걸린 남북 문제조차 미국의 허락을 구한다. 북한과 합의한 `민족 우선` 원칙은 미국 앞에만 가면 무력해진다. 지구상 가장 호화롭다는 미군기지를 제공하고 지상 최대의 군수 무기 전시 쇼라는 한미군사훈련을 연례행사로 치른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소프트파워 개념만으로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모순을 설명할 순 없다.

국제 사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약소국은 왜 눈물을 흘리면서도 복종을 택했는지, 소수의 특정 집단이 어떻게 권력의 노른자위를 독식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은 `지식패권`의 틀을 통해서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저자는 미국의 국내외의 모순된 정책 속에서 지식 패권이 출발한다고 본다.

미국의 국내정치가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춘 것과 달리 대외정책은 극소수의 엘리트 집단에 의해 통제를 받아오고 있다.

이 책은 1,2부로 나뉘어 상세히 지식 패권을 파헤치고 있다.

1부는 한국이 맞닥뜨린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의 핵심을 문제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지적 대기권`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밝힌다.

2부에서는 미국이 게임의 설계자로서 국제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변국들이 왜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 밖에 없는 질서가 형성됐는지를 살핀다. 안보질서, 금융질서, 담론질서 차원에서 접근한다.

`지식 패권`이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미국이 어떻게 이 지식패권을 휘둘러 보이지 않는 제국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전방위에 걸쳐 관철되는 패권질서 속에서 한국은 장차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전략을 모색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한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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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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