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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약속의 공간

2019-06-26기사 편집 2019-06-26 08: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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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주말마다 예식장 다니기 바쁜 달이다. 날씨도 미세먼지와 습기 없이 상쾌해서 결혼식을 치르기에 좋은 계절이 된 것 같다. 요즘 예식장의풍경은 필자가 결혼했던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름부터가 다르다. ㅇㅇㅇ예식장이 ㅇㅇㅇ컨벤션, ㅇㅇㅇ웨딩홀, ㅇㅇㅇ센터 등으로 바뀌었고, 건물도 신전, 성, 예배당 등을 닮은 화려한 외관과 휘황찬란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던 것에서 단순하고 세련된 형태의 내·외부 외관과 크고 높은 다목적 홀의 모습으로 변화 되었다. 전통혼례에서 서양식의 신식 혼례로 바뀌기 시작한시기가 1800년대 말이고 1930년대 말에 전문예식장이 등장하였으니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과거의 전통혼례는 마당에 자리를 깔고 병풍을 두르고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 되는 큰 잔치였다. 당시는 당사자와 가족을 넘어 신랑 신부의 마을공동체간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 백년가약을 맺은 신랑 신부의 어깨는 지금보다 훨씬 무거웠으리라 생각한다. 심지어는 첫날밤도 밖에서 엿보는 와중에 치렀으니 말이다. 이때만 해도 애를 못 낳아 쫓겨나는 경우는 있었을지언정 감히 부부가 이혼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신식결혼이 등장하면서 결혼식 장소는 마당에서 교회 같은 종교의식이 행해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결혼이라는 의식이 성스러운 장소에서 행해지며 그 의미가 남다르게 신랑신부에게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 후 전문예식장의 공간과 형태들은 앞서 언급 했듯이 그야말로 '판타스틱' 해졌다. 현실을 벗어나 가장 소중한날 마법의 성 같은 곳에서 왕자와 공주가 된 듯 화려하게 혼인서약을 하게 된 것이다. 식을 마치고 초창기에는 온천으로 다음은 제주도로 해외로 꿈같은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신데렐라처럼 현실의 삶으로 돌아왔다.

요즘 예식장 풍경은 어떤 가 주례 없이 신랑 신부가 직접 예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뮤지컬배우들이 공연을 하듯 친구들이나 이벤트사에서 축제처럼 진행하기도 한다. 예식이 끝나면 뮤지컬 한편을 본 것 같은 착각을 하게도 된다. 이처럼 결혼식을 화려한 축제처럼 치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TV 뉴스에서는 연일 끔찍한 사건들이 흘러나오고 이혼율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다. 약속의 무게가 예전보다 가볍게 느껴져서 일까.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결혼식 문화와 그와 함께한 결혼식장 공간의 변화는 동시대의 사회 분위기와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결혼예식과 그것을 치르는 공간이 어떻게 변할지 매우 궁금해진다. 만약 공간의 변화가 예식의 흐름을 바꾸고 그에 따른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런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사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숙고하며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약속의 공간으로서 예식장은 어떠해야 할지 예식장을 찾을 때 마다 숙고해 본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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