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마늘 도매가 평년 비해 지속 하락세…대책 나선 정부와 대전시

25일 서산시 부석면 지산리 한 양파 재배농가에서 수확한 양파가 널려있다. 그러나 양파값 폭락으로 제값을 받기 어렵게 되자 재배 농가가 난감해 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25일 서산시 부석면 지산리 한 양파 재배농가에서 수확한 양파가 널려있다. 그러나 양파값 폭락으로 제값을 받기 어렵게 되자 재배 농가가 난감해 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양파와 마늘 풍작 속에 시장 공급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국내 경기 둔화와 맞물린 대량 소비 수요도 덩달아 줄어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폐기될 처지다. 정부와 대전시가 긴급수매와 함께 소비촉진 등 비상조치에 나섰다.

25일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입구 곳곳엔 양파와 마늘이 쌓여있었다. 팰릿(파레트) 위에 가득 쌓인 양파는 도로를 점거할 정도였고 일부는 썩어서 검게 변해 있었다. 마늘도 상황은 비슷했다. 팔리지 않은 마늘은 볕에 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전날 찾은 대덕구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도매시장의 한 상인은 "여기 있는 양파와 마늘 중 절반은 버려진다. 양파는 쉽게 썩고 마늘은 보관용이 아니라 금방 물러져 못 먹게 된다"며 썩은 양파와 마늘을 반으로 갈라보였다.

본격적인 여름철에 들어서면서 양파는 가격이 반토막 났고, 마늘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20㎏ 상(上)품 기준 대전지역에서 팔린 양파는 8000원으로, 평년가 1만 5067원에서 무려 43% 떨어졌다. 마늘 또한 하락세다. 같은 기간 대전지역 마늘(피마늘)은 난지상품 10㎏ 기준 평년가 5만 2592원에서 올해 4만 5000원으로 15% 가량 떨어졌다.

채소 가격 급락 원인으로 `과잉 공급`이 지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생산될 것으로 보이는 양파 과잉 물량은 10만-12만t이다. 재배 면적이 평년 1만 8520㏊에서 올해 1만 8923㏊로 2.2% 늘어난데다 작황 또한 좋았기 때문이다. 마늘 역시 재배 면적이 평년 2만 3728㏊에서 2만 7689㏊로 16.7% 넓어져 평년 대비 3만-6만t이 과잉생산 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상인들은 양파와 마늘 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수요 부족`을 꼽기도 했다. 채소를 대량소비하는 영업점 등이 불경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30년 간 오정도매시장에서 일했다는 60대 이모 씨는 "몇 해 전 만해도 이와 비슷한 물량은 전부 팔렸다. 그런데 지금은 수요조차 없다"고 한숨 지었다.

오정도매시장 농협공판장 관계자는 "평년보다 재배 면적도 넓어졌고 수확량도 많다. 양파의 경우 20㎏가 나오던 곳에서 30㎏이 나오는 상황이고 소규모 농가에서 들어오는 물량도 상상 이상"이라며 "물량은 늘어났는데 경기가 어려워 대량 수요가 있는 식당, 시세 차이로 마진을 남기는 중간상인 등이 소비를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양파와 마늘 가격 안정화 대책을 시행 중이다. 양파의 경우 기존 9만 4000t 수매 대책에 이어 지난 18일 정부가 6000t, 농협이 2만t을 긴급 수매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마늘은 기존 2000t을 생산지 정리했고 지난달 17일부터 정부가 5000t, 농협이 4000t을 추가 수매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여당은 추가적으로 2만 5000t을 시장과 사전 격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는 수급조절계획보다 농협과 연계한 소비촉진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대전은 생산지가 아닌 소비지라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수급 관련 정책은 없고 농협과 연계해서 양파·마늘 소비 촉진 운동과 함께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