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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9-06-25기사 편집 2019-06-25 15: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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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계와 혈당계를 챙긴다. 노인복지관으로 간호 봉사하러 가는 준비 물품은 비교적 간소하다. 해당 복지관은 우리 병원 간호사 모임에서 정기적으로 간호 봉사를 가는 곳 중 한 곳이다.

방문 간호 가방을 여니 지난번 다녀왔던 그곳의 냄새가 흘러나온다. 일상의 건강성을 가진 포근한 이 냄새는 필자의 일과 역할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병원 안에서 환자와 간호사의 만남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어르신과 간호사의 만남으로, 장소 하나 달라졌는데 똑같은 간호 속에서 다른 느낌을 받는다.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과 기운을 받는 것이라고 할까. 우리가 복지관에서 하는 봉사 활동은 혈압측정, 혈당측정, 그리고 간호 상담이다.

근무를 마치고 복지관에 가면 노인들은 미리 상담 차례를 정해놓고 우리를 맞이한다. 상담할 주제도 모두 제각각이다.

먼저 혈당과 혈압을 측정하고 자신의 결과 수치를 확인한다. 정상수치를 물어보며 자문의 눈빛을 은근히 보내온다.

그리고 자신의 최근 몸 상태에 대한 변화나 보건관리 논점에 있는 것 들을 질문 하곤 한다. 질병과 상관없이 당신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활동 중 하나인 것이다.

노인 중에는 가정에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갖춰놓고 계신 분들도 있다. 복지관에도 자동혈압 측정계가 있어 원하면 언제라도 자신의 혈압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은 의료인이 직접 측정한 후 설명을 듣고 나서야 자신의 상태나 관리법에 대해 안심을 한다.

평균연령 70대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방법 중 하나는 운동이다.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자신의 건강을 입증해준다.

이들은 노인복지관의 여러 운동프로그램 중 관심 있는 종목을 선택해 꾸준히 해오고 있다. '내가 근육이 부족한 거 같아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이 다리를 만져 봐. 물렁물렁했던 허벅지가 이렇게 단단해질 수가 없어',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신이 나' 등 상담시간에는 보통 이런 질문들이 오간다.

'간호사님, 내가 어제부터 양치질 후 뱉은 침에서 피가 보이더라고, 이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간호사님, A형 간염이 뭐야 어떻게 알 수 있어?'. 요즘은 스마트폰과 TV 건강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건강과 질병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노인들은 알고 있는 것도 간호사를 딸처럼 손녀처럼 여기며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확인받는다. 또 자신의 일상생활이나 음식습관을 설명하며 어떠냐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우리는 전공지식에 기초해 병원 간호사로서 돌봄 경험,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알려드리고 또 격려해드리고 있다.

그리고 상담이 끝나면 밝은 미소와 함께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다. 병원 간호사로부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상담을 받고 나면 현재 건강관리에 대한 의지와 믿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나오는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가 떠오른다. 간호사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지는 부분이다.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간호학을 배워 간호사가 되기로 했던 때를 돌이켜본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나온 사회는 IMF 시절로, 몹시 힘들었던 때였다.

그때 내 자신을 건강하게 지키려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간호다. 자기 돌봄을 위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일에만 묻혀 산 것은 아니었는지 필자의 일상을 반추해보며 반성한다.

자신이 건강해야 즐거운 일도 오랫동안 할 수 있다. 간호 가방을 내려놓으며, 간호 봉사 활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을지대학교병원 이선미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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